<사설>病주고 藥주는 증시정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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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3년3개월만에 주가지수가 7백선이 깨지고 회사채금리는 지난해9월이후 최고수준인 12.65%로까지 뛰었다.이 상태라면 증시는 가위 빈사상태라 불러도 좋을 듯하다.미국증시가 연일 상승무드를 즐기고 있는 것을 부럽게 지켜보는 것도 이 제는 지쳤다.
뒤늦게 당정협의회에서 증시활성화대책을 강구중이라고 한다.아마 정부보다 신한국당에서 정치차원의 요구를 하고 있는 인상이다.연기금(年基金)투입등은 벌써 나온 얘기라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기본적으로 애당초 증시를 무기력하게 만들고 이제 와서 앰플주사를 놓겠다는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다.한마디로 정책의 일관성과원칙이 없는 것이 문제다.증시를 살리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수급(需給)원리에 입각한 시장자율기능을 튼튼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정책은 거꾸로 시행됐다.경쟁력 10%높이기의일환으로 되지도 않는 금리인하를 억지로 하려다 자금시장만 왜곡시키고,저축을 늘린다는 명분으로 수요세를 죽였다.그런가 하면 증시침체를 뻔히 알면서도 세입을 확보한다는 명분으 로 한국통신주식의 추가매각을 발표해 주가폭락을 가속시켰다.
재정경제원의 왔다갔다 하는 증시정책은 거슬러 올라가면 지난 4월 총선부터다.총선직전 각종 부양책으로 주가지수가 5월초 9백91선까지 치솟자 부랴부랴 주식공급 확대정책으로 돌변했다.올해 약체증시의 가장 중요한 원인중 하나가 공급물량 의 과다에 있고,이는 정부에 상당한 책임이 있다.
물론 증시는 경제가 얼마나 튼튼한가를 보여주는 지표가 된다는점에서 경기가 신통치 않고,수출이 안되고,기업수지가 악화되는 경제난국을 반영하고 있다.현재의 경제난국도 문제지만 가까운 장래에 개선의 여지가 안보인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이 실망,증시를 떠나는 것이다.정부가 해야 할 증시대책은 병주고 약주는 식의 혼란스러운 것이 돼서는 안된다.그보다는 투자자들이 한국경제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을 갖게 하는 것이다.그러려면 시장중심으로 정책을 일신해 활력을 되찾게 하는 노력이 절실하게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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