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프리즘>가수 이소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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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이소라는 알고보면 갑자기 유명해진 가수가 아니다.그녀는 인천대 재학시절부터 통기타 서클.포크라인'에서 활동했고 그에 앞서중고생 시절에는 교회 성가대에서 노래를 익혔다.그녀는“기본적인발성법등 음악적 기초는 성가대 시절과 대학시절 에 익힌 것”이라고 말한다.
대학을 졸업한 90년부터는.포크라인'을 모체로 한 중창그룹 .낯선 사람들'의 멤버로 활약했다..낯선 사람들'은 당시까지 국내에선 생소한 분야였던 스윙 재즈.펑키 재즈등을 중창으로 소화해 내 소극장 무대에선 꽤 인기를 얻었다.
모두 다섯명이 화음을 맞췄지만 가끔 솔로를 부른 이소라의 노래는 이때부터 단연 돋보였다.93년에 발표된.낯선 사람들' 1집에서 이 시절 이소라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이때의 이소라를 눈여겨 본 사람이 있었다.싱어송 라이터 김현철.그는 이현승 감독의 영화.그대안의 블루'(92년)와.네온속으로 노을지다'에 연속으로 이소라를 기용,듀엣으로 함께 노래를부르거나 솔로곡을 주었다.이소라란 이름이 처음으 로 알려진 것도 듀엣곡 .그대안의 블루'의 히트 때문이었다.
95년 그녀는.낯선 사람들'을 나와 솔로로 독립했다.“화음을위해 목소리를 많이 감춰야 하는 제약을 벗어나 좀 더 자유롭게노래를 하고 싶다”는 생각에서였다.
김현철이 프로듀싱을 담당한 데뷔 음반은 발라드와 스탠더드 재즈의 요소가 적절히 가미된 것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신선하게 다가왔다. 올해 가을 그녀는 대중에게 한발짝 더 가깝게 다가왔다.매주 토요일 심야시간대에 방송되는 KBS-2TV 토크쇼.이소라의 프로포즈'진행자로 발탁된 것.
달변의 이야기꾼이 진행하는 토크쇼의 전형적인 포맷에 익숙해져있던 시청자들에게 이소라는 자신의 어눌함을 애써 감추려 하지 않는다. 출연자에 대한 배려가 별로 없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곤란한 질문을 천연덕스럽게 던지는가 하면 관객들보다도 더 큰 소리로 박장대소를 터뜨리곤 한다.하지만 그런 장면들에서 시청자들은 눈살을 찌푸리기보다 이소라의 꾸밈없는 모습에 오히 려 박수를 보낸다.
처음 캐스팅이 발표됐을 때만 해도 많은 사람들이 의아해 했다.수줍음을 많이 타고 사람 만나기를 극도로 가리는.대인기피'적경향마저 있는 그녀의 성격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는 그런 우려를 말끔히 씻었다.사진촬영도 꺼리는 그녀지만 방송카메라 앞에서는 대담하고 천연덕스런 면모를 보인다.담당 프로듀서인 박해선 PD도 “방송진행을 처음 해보는 솜씨가 아니다”며“자연스런 분위기를 최대한 살린다”고 만족감을 표시하고 있다.
이를 계기로 중.장년층에게도 이소라란 이름이 널리 알려졌다.
.프로포즈'출연 이후 이소라의 1집 앨범을 찾는 중.장년 소비자가 갑자기 늘어나 음반 판매순위에 재등장하기도 했다.하지만 그녀의 걱정은 딴 곳에 있다.
“가수는 조금은 신비스런 이미지를 남겨 둬야 한다고 생각해요.이제는 공연을 해도 보러 올 사람이 아무도 없을것 같아요.매주 TV에 나오는데 굳이 공연장에 올 필요가 없잖아요.” 그같은 걱정에도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프로포즈'의 분위기는 이소라의 소극장 콘서트 분위기와 너무나도 흡사하다.하지만 그녀는 두번째 앨범을 냄으로써 새롭게 레퍼토리를 추가했다.내년 1월초로 예정된 신곡발표 콘서트에서 그녀는 또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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