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힐러리 패션 수트, 디자이너는 한인 정순화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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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대선 예비선거 시즌. 힐러리·오바마의 박빙 승부가 지구촌 화제였다. 이와 더불어 힐러리의 팬트수트(여성용 바지정장) 패션이 세계인의 눈길을 끌었다. 만든 주인공은 한인 디자이너 수재나 정 포리스트(한국명 정순화). 전화 인터뷰를 통해 그녀의 생활과 디자인 철학을 들었다.

“제 의상은 화려하다기보다는 세련된 느낌이 강해요.”
 수재나 정 포리스트는 자신의 디자인 컨셉트를 이렇게 소개했다. 정씨는 전세계의 영화와 패션산업을 주도하는 베벌리힐스에서 ‘수재나 베벌리힐스(Susanna Beverly Hills)’란 부티크를 34년간 운영해 왔다. 정씨가 전세계적으로 알려진 건 역시 힐러리 상원의원의 팬트수트를 통해서다. 이후 그녀는 LA타임스·보그등 유수 신문 및 패션잡지에 인터뷰가 실리며 큰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정씨는 오래 전부터 주목 받는 의상 디자이너로서 입지를 굳혀왔다. 1970~1980년대 100편이 넘는 미국 영화와 TV드라마 속 배우들의 의상을 제작했다. 대표작으로는 샤론스톤을 톱스타로 만든 영화 ‘원초적 본능’과 ‘러브보트’, 브루스 윌리스의 데뷔작인 TV드라마 ‘문라이팅’ 등이 있다. 특히 ‘문라이팅’은 1987년 에미상(TV프로그램을 대상으로 한 미국 최고권위상)에서 의상상을 받았다.

정씨가 탄탄대로만 달린 것은 아니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불황은 피할 수 없는 위기였다.
 “1990년대 들어 일이 급격 줄었다. 새로운 컨셉트의 옷을 만들지 않고선 설 땅이 없겠다고 판단했다. 성공한 비즈니스 여성을 위한 최고급 맞춤 정장 제작은 이때부터 시작했다.” 정씨의 발상의 전환은 적중했다. 베벌리힐스의 상류층부터 포천지 선정 500대 기업의 중역, 사우디아라비아 왕족인 술탄, 인도네시아 수하르토 전 대통령 영부인에 이르기까지 전세계 유명인사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나를 찾는 대부분의 여성은 유행을 좇는 사람들이 아니다. 그들은 자신의 라이프스타일과 이미지에 맞는 의상을 선택한다.” 이런 컨셉트는 힐러리 의상 디자인에도 그대로 녹아 들었다.
정씨는 미국 상원의원인 힐러리 클린턴이 여느 정계 여성인사들처럼 강인함 또는 여성미,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신경 썼다. 하의는 편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몸에 살짝 붙는 바지 스타일로, 상의는 심플한 디자인에 오렌지색 같은 화려한 컬러로 포인트를 줬다고 설명했다. 정씨는 옷을 제작하기 전, 고객의 칫수를 정확히 재 마네킹부터 만든다.

 “흔히 하듯 종이패턴으로 옷을 만들면 사이즈가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마네킹을 활용하면 칫수도 딱 맞아떨어질 뿐 아니라 몸의 라인까지 살아나는 옷을 만들어낼 수 있다.” 여자의 옷은 신분의 상징이므로 한치의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는 그녀의 소신이 묻어난다. “프랑스 영부인 카를라 브루니는 젊고 아름다운 여성이에요. 하지만 그녀는 예쁜 옷보다는 신분과 이미지가 도드라질 수 있도록 패션에 신경을 쓰죠.” 정씨는 젊은 여성들이 무조건 유행을 따르기보다 자신만의 이미지를 드러내는 옷을 선택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미국은 취업을 앞둔 여성들이 대부분 정장을 입지만 이들을 위한 브랜드가 흔하지 않다. 정씨는 “성공을 준비하는 젊은 여성들이 부담없이 구입할 수 있도록 100달러대 여성정장 컬렉션을 선보일 예정”이란다. 디자이너이자 사업가를 자처하는 만큼 정씨의 스케줄은 하루 24시간이 짧다. 세계 만방에서 오는 고객을 만나랴, 의상을 만들랴, 각종행사에 참석하랴, 한마디로 몸이 몇이라도 모자랄 판이다.
“내가 만든 옷을 입고 성공을 꿈꾸는, 성공하는 여성이 더욱 늘어났으면 좋겠다.” 그녀는 오늘도 여성의 꿈을 디자인할 참이다.

프리미엄 이유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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