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유학 떠난자의 성공기-런던 국제변호사 김경화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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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이역만리 낯선 항구에서 밤새 컨테이너 하역작업을 지켜보던 김경화(30)씨가 지금은 런던시내 한가운데국제 법률사무소에서 소송서류를 검토하고 있다.한진해운 3등항해사에서 영국의 변호사(Solicitor)로 변신하 는데 4년6개월이 걸렸다.서울을 떠나온 날로부터 만 4년만이다.
서울에서 평범하게 자란 김씨가 생각지도 않았던 외항선을 타게된 것은 아버지의 권유 때문이다.아버지는 기대했던 아들의 서울대 진학이 어렵게 되자.용꼬리보다 닭머리',좀 색다르면서도 도전적인 분야로 나가 1등이 되라는 취지에서 해양대 진학을 권했다.하지만 대양을 꿈꾸며 찾아간 부산 해양대에서의 생활은 사실상 전방 군대생활 같았다.해양대생들은 의무적으로 해군 ROTC가 되기 때문이다.선배들의 집합과 구타도 적지않던 시절,서울에서 내려온 순둥이 김씨는 내무반의 고 문관이었다.그 와중에서도꿈을 잃지 않았던 김씨는 영어공부에 매달렸다.배만 타면 활짝 열릴 이국생활을 그리면서.
막상 탄 외항선은 정말 실망스러웠다.막내 3등항해사.몇달동안바다만 보다 오랜만에 육지에 닿아 선장이나 1등항해사가 시내구경을 나간 사이에도 혼자 배를 지켜야 했다.3년간 배를 타면서바다구경만 신물나게 한 셈이다.
1차 변신시도.92년 2월 그는 배에서 내려 유학준비를 시작,그해 9월 영국 카디프로 떠났다.배 탄 경험을 살려 해운경영학을 공부하기 위해 해운학으로 유명한 카디프대를 찾아간 것이다.석사과정 1년을 마쳤다.
2차 변신은 우연히 찾아왔다.선택과목으로 들었던 해양법 시간이 경영학 시간보다 훨씬 재미있었다.다시 새로 시작하기로 하고법대에 편입했다.편입은 어렵지 않았지만 변호사가 되기 위한 실무과정(일종의 대학원 과정)에 들어가기는 쉽지 않았다.또 하나고비는 실무과정중 치른 세차례의 자격시험.마지막 관문은 좋은 법률사무소에 자리를 얻는 것이다.3백대 1정도의 경쟁률을 뚫고.싱클레어 로시 앤드 템플리'라는 해운.항공.금융전문 법률회사에 취직할 수 있었다.해양대 졸업 장이 큰 힘이 되었다.해양대선배들이 국내 유수 해운회사에 자리잡고 있었고,잠재적 고객인 그들이 보내온 추천장은 그의 상품가치를 높여주었다.그는.배타는것보다 쉽다'며 각종 소송서류와 씨름하고 있다.평소의 좌우명.
꿈을 꾸고,그것을 믿고,그대로 행하라(Dream it,Believe it,Do it.)'에 따라.
〈오병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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