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유도원도' 고국 나들이- 14일부터 호암갤러리 ‘조선 전기 국보展’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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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어느 화창한 봄날 세종의 셋째 아들로 당대 명필이던 안평대군(安平大君)이 꿈을 꾸었다.박팽년(朴彭年)과 함께 도원경(桃源境)을 찾아 노니는 꿈이었다.그 황홀경을 잊을 수 없었던 안평대군은 화가 안견(安堅)을 불러 꿈얘기를 들려준 뒤 이를 그림으로 그리게 했다.1447년(세종 29년) 4월20일(음력)의 일이었다.사흘만에 안견은 가로 1m6.5㎝, 세로 38.7㎝의 비단에 수묵담채로 이를 그려냈다. 국보중의 국보‘몽유도원도(夢遊桃源圖)’는 이렇게 탄생했다.

여기에 안평대군이 직접 발문(跋文)을 썼고 김종서·신숙주·정인지·박팽년·서거정·최항·이개·성삼문등 당대 최고의 사대부 20여명이 제찬(題讚·그림을 찬양하는 시를 적는 일)했다.박팽년이 삼절시에서 “안견의 그림은 신통하고,두자미의 시는 천자요, 안평대군의 글씨는 왕우군(왕희지)의 필법을 가졌으니 이른바 삼절(三絶)이 이들이라”고 읊은 것처럼 ‘몽유도원도’는 조선초기 시·서·화의 정수를 결집한 작품으로 조선시대 회화 전반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걸작이었다.

그림 왼편의 나지막한 야산이 현실세계며 오른쪽으로 가면서 기암에 둘러싸인 도원경의 환상적인 세계를 조감도처럼 웅장하게 그려내고 있다.

현실세계로부터 점차 확대지향적으로 공간을 배치,점증법적인 분위기 상승을 꾀하면서도 현실세계와 비현실의 세계가 오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는 것. 사계의 경관변화 묘사에 능한 중국 곽희(郭熙)파의 화풍이 엿보이기도 하지만 단순한 중국화의 모방이 아니라 우리 것으로 소화해 한국화의 전형을 세웠다는데 미술사적 의의도 있는 작품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임진왜란때 왜군이 탈취해 가 현재 일본 덴리(天理)대 중앙도서관에 소장돼 있는 ‘몽유도원도’가 몽매(夢寐)에도 잊지 못할 조국나들이에 나선다. 본사와 삼성문화재단 호암미술관이 오는 14일부터 내년 2월11일까지 60일간 서울 호암갤러리(02-751-9995)에서 여는 ‘위대한 문화유산을 찾아서’시리즈 두번째 전시 ‘몽유도원도와 조선전기 국보전’에 선보이는 것. ‘몽유도원도’의 한국나들이는 86년 국립중앙박물관 이전 개관기념전때 1개월간 선보인 이후 이번이 두번째다.

조선문화 관련 전시회로는 사상 최대규모인 이번 전시회에는 ‘몽유도원도’외에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국보급 문화재 58점등 모두 1백70건 2백20여점의 귀중한 문화재가 선보인다.

이 가운데는 국보 219호인 청화백자매죽문호(靑華白瓷梅竹文壺)등 우리나라 국보 14점,백자반합(보물 806호)등 보물 37점,아프리카까지 표시된 세계전도 혼일강리역대 국도지도(混一疆理歷代國都地圖)를 포함한 일본의 중요문화재 7점등이 포함돼 있다. 부문별로는 도자기가 65점으로 가장 많고 서화 62점,서예·전적 22점,나전·일반공예 25점,불교미술 28점등이다.

〈유재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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