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는 여윳돈으로만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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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고령의 육류 유통회사 동해식품 김영창(44) 대표는 20년 넘게 이 분야에서 일한 전문가다. 농협 고령축산물공판장에서 육류를 낙찰받아 도매상과 식당 등에 쇠고기와 돼지고기를 납품한다. 매출이 연 60억~70억원에 달할 정도로 대구 인근 지역에선 성공한 사업가로 꼽힌다. 많을 때는 하루에 소 10마리 분량 이상이 그의 손을 거쳐 시장에 나간다. 직접 운영하는 소매점(정육점)도 두 곳이나 된다.

지금은 사업을 잘 꾸리고 있지만 1996년부터 2003년까지는 그에게 있어 ‘잃어버린 8년’이었다. 87년부터 10년간 고생한 덕분에 제법 돈을 모은 그는 주식 투자에 조금씩 빠져들었다. 쉽게 돈 버는 재미에 투자금액은 갈수록 늘었다. 한창때는 주식 투자금액이 20억원에 달할 정도였다.

2002년 하이닉스(당시 현대전자) 주식을 사고 팔아 차익을 남긴 김 대표는 하이닉스 주가가 다시 4만원에서 3만5000원 선으로 하락하자 ‘많이 싸졌다’는 생각에 ‘몰빵 투자’에 나섰다. 한 종목에 13억원을 쏟아부은 것이다. 하지만 주가는 이후 계속 미끄러져 5000원 미만으로 폭락했다. “손절매요? 개인투자자가 손절매하기는 쉽지 않아요. 조금만 기다리면 다시 오를 것 같았는데….”

울며 겨자먹기로 주식을 정리했다. 손에 남은 돈은 1억원뿐이었다. 주식 투자에 빠져 있었던 8년간 사업도 사실상 접었다. “하루 종일 집에서 주가 모니터만 들여다보고 있다 보니 몸은 몸대로 망가지고 자녀 교육에도 안 좋았죠.”

다시 본업으로 돌아온 그는 새로운 각오로 일에 전념했다. 예전에 사업을 탄탄하게 다져놓은 덕분에 재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 주식의 무서움을 실감나게 겪은 그가 요즘 주식 투자를 하고 있을까. 재미 삼아 소액만 투자하고 있단다.

“무리하게 투자하지 마세요. 투자했으면 욕심내지 말고 묻어 두세요. 잃어도 되는 여윳돈 아니면 절대 투자하지 마세요.”


재무상담사 박종석 상담위원의 조언

▶ 자영업자는 그 사업 자체의 업황에 따라 리스크가 있다. 사업 수익으로 주식 투자를 하는 것은 또 다른 리스크에 자신을 노출시키는 것이다. 개인사업자의 경우 근로소득자처럼 퇴직금 등의 노후자금을 준비하기 쉽지 않다. 연금보험 등 노후 대비 상품에 가입하면 좋다.

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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