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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맥·인맥 커리어 구축에 유리 한국서 기반 닦고 세계로 가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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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기러기 아빠들, 내쉬느니 한숨이다. 딸을 미국 애리조나로 유학 보낸 최모(50·지방대학 교수)씨는 “1년에 5000만 원 정도 보내왔는데 환율 급등으로 허리가 휠 지경”이라고 하소연했다. 이들의 걱정을 확 날려줄 역(逆)유학생들의 이야기.

逆유학, 왜?

윤호수(20)씨는 지난해 미국 코넬대 경제학과에 합격하고도 고려대 법대로 ‘유학’을 왔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아버지를 따라 LA로 간 그는 미국에서 초·중·고를 졸업했다. 남들은 미국으로 유학을 못 가서 안달인데 한국 대학을 선택한 이유가 무엇일까?

 “아버지의 권유에 의해 SAT를 치르고 합격했지만 혼란스럽더라고요. 비싼학비도부담스러웠어요” 대부분의 미국대학은 외국인들을 위한 장학금 제도가 거의 없다.마음을 정리하기 위해 그는 입학유예를 신청하고 무작정 한국에 와 연세대와 고려대에 지원했다. 합격 소식을 듣고 그는 코넬대에 과감히 합격포기 편지를 보냈다.

  윤씨는 국제통상 변호사가 되기 위해 법대를 택했다. 미국 대학에선 학부 때 법학을 전공할 수 없다. 로스쿨에 진학해야 법조인이 될 수 있다. “로스쿨을 가기 위해 4년이라는 시간을 보내는 대신 한국서 대학 다니며 사법고시를 준비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 했어요” 우리나라에도 내년 로스쿨이 문을 열지만 2017년까지 사법고시는 존속한다. 그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예를 들며“아시아인에다 여성으로 미국에서 기펴지 못하고 살기보다, 한국에서 영어를 잘하는 장점을 살려 세계 무대로 진출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김지혜(18)양도 미시건대를 포기하고 연세대 국제학부를 택했다. 독일에서 미국인학교를 다닌 김양 역시 자신의 꿈을 이루기에는 한국이 더욱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외교관을 꿈꾸는 그는 “아이비리그 대학이 아니라면 차라리 한국 명문대가 더 기회가 많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미국에선 시민권이 없으면 대학 졸업 후에도 번듯한 일은 얻을 수 없어 성공하려면 먼 길을 돌아가야 한다. 그는 “한국인이기 때문에 한국에선 할 수 있는 일이 더 많다”며 “대학졸업 후 한국에서 외국문화를 잘 아는 특기를 살려 경력을 쌓으면서 국제무대 진출을 위한 준비를 차근차근 해나갈 것”이라고 야무지게 말했다.

  서강대 입학처 최진규(35)과장은 “한국대학이 글로벌화 하면서 대외적 평가가 높아진 것 같다”고 추측했다.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미래 설계를 하는 요즘 학생들은 한국 대학이 학맥과 인맥 등 네트워크 구축에 있어서 훨씬 유리하다고 생각한다는 것.한국에 진출한 다국적 기업과 한국의 대기업들도 최근에는 단순 유학파보다 영어에 능통하면서 양쪽의 문화를 두루 이해하고 있는 인재를 선호한다. 한국 피엔지 인사담당자 김희진(31)씨는 “다양한 경험을 해본 리더십 있는 인재가 우리 회사가 원하는 사람”이라며 “외국에서 중·고교를 나와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지원자들이 늘고 있다”고 귀띔했다.

프리미엄 김지혁, 송보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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