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김없이 돌아온 두 ‘호두까기 인형'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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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호 10면

발레 ‘호두까기 인형’
국립발레단

12월 19일(금)~24일(수) 일산 고양아람누리
25일(목)~31일(수)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유니버설발레단
12월 18일(목)~31일(수) 유니버설아트센터
문의 티켓링크 1588-7890

올해도 어김없이 ‘호두까기 인형’이 돌아왔다. 국립발레단은 32년째, 유니버설발레단은 23년째 공연하는 송년 레퍼토리다. 지치지도 않나 싶겠지만, 해마다 유료관객 점유율이 90%가 넘을 정도로 아낌없는 사랑을 받는다.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마찬가지다. 특히 미국에선 1954년 조지 발란신의 안무로 소개된 이래, 매년 연말 다양한 버전의 수백 개 공연이 무대에 오른다.

‘호두까기 인형’이 연말에 각광받는 것은 성탄 전야부터 성탄절 아침까지 이어지는 이야기가 가족 공연물로 맞춤해서다. 어린 소녀 클라라(혹은 마리)가 성탄 선물로 호두까기 인형을 받게 되는데, 그날 밤 꿈속에서 멋진 왕자로 변신한 호두까기 인형과 함께 아름다운 과자 왕국을 여행한다는 줄거리다. 19세기 독일의 소설가 E T A 호프만의 괴기스러운 환상소설 ‘호두까기와 생쥐 임금’(1819)이 원작인데, 러시아 황실의 안무가 마리우스 프티파는 작곡가 차이코프스키와 손잡고 환상적인 동심의 발레로 변모시켰다.

동화적 발랄함으로 시작하는 도입부부터 ‘꽃의 왈츠’ ‘눈송이 왈츠’에 이르는 무도회 음악, 그리고 사탕요정의 춤에 등장하는 청아한 음색의 첼레스타 악기까지 차이코프스키의 음악은 ‘귀로 듣는 발레’로 손색이 없다. 이에 더해 보는 이를 매료시키는 것은 화려한 안무다.

2막극인 ‘호두까기 인형’은 그야말로 처음부터 끝까지 춤의 연속이다. 크리스마스 파티 장면의 할리퀸과 춤추는 예쁜 인형, 무어인의 앙증맞은 춤을 시작으로 스펙터클한 군무와 각 나라를 대표하는 민속춤이 고루 어우러진다. 특히 클라라가 왕자와 추는 그랑 파드되는 전 세계 갈라 공연과 콩쿠르에서 자주 보게 되는 인기 레퍼토리다.

1892년 초연 이래 100여 년간 ‘호두까기 인형’은 다양한 버전으로 재창작됐다. 안무가에 따라 대본 내용이나 등장인물 설정이 조금씩 다른데, 현재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개정판만 12개 이상이다. 국립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은 볼쇼이 발레단의 유리 그리가로비치가 지휘하는 버전이다.

볼쇼이 발레단의 전통을 잇는 고난도 발레 테크닉에 중점을 뒀으며, 마임이나 인형 캐릭터 없이 어린이 무용수가 직접 호두까기 인형을 연출한다. 유니버설 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은 키로프 발레단의 바이노덴 버전을 올레그 비노그라도프의 재안무로 선보인다. 우아함과 아기자기한 구성을 강조한 게 특징으로 크리스마스 종합선물세트 같은 분위기다. 굳이 비교하자면 무용수들의 기교를 감상하고 싶다면 국립발레단을, 아기자기한 볼거리를 원한다면 유니버설발레단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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