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세버스업체 30여곳 도산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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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29일 오전9시쯤 서울강서구화곡동 신원교통㈜ 주차장엔 10여대의 버스가 늦잠을 자고 있다.9월.10월치 월급과 2기분 상여금을 받지 못한 운전기사들이 하나 둘씩 호구책을 찾아 떠나가고 10여명만 남아 버스는 있어도 운전할 기사가 없다.
권영섭(權瑩燮.39)경리과장은“운전기사들이 그날 벌어들이는 수입을 나눠 갖는 실정인데 기름 살 돈이 있겠느냐”며 하소연했다. 30일로 버스업체 횡령사건 한달째를 맞아 전체 89개 회사중 30여개 업체가 극심한 경영난에 따른 도산 위기를 맞고 있어 업체 도산에 따른 버스 운행정지로.시민의 발'이 묶이고 있다. 비리 사건이후 승객이 감소한데다 황금노선과 적자노선에 대한 노선 재조정등 서울시 대책이 조속히 나오지 않자 연말 상여금 지급시기를 맞아 업체들의 경영난이 가중됐기 때문이다.
28일 오후내내 산본에서 여의도까지 운행이 중단된 유진운수의경우 누적적자가 45억원으로 불어나자 노조가 현 사장을 몰아내고 주주로부터 경영권을 넘겨받은 상태다.
또 13억여원의 빚 때문에 이 회사 소속 58대 차량이 경매에 넘겨지기도 했다.
버스업계 규모로 7위인 상마운수는 6월이후 퇴직자 25명에 대한 퇴직금 10억원을 주지 못해 사장이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지방노동사무소에 고발당했다.
이밖에도 삼원여객.우신버스.보영운수.개봉여객등도 주주들이 손을 떼고 떠나는등 파행 운영이 계속돼 운휴 조짐을 보이고 있다. 문제는 전체 89개 회사 가운데 34%인 30개 회사가 95년 한햇동안 78억원의 당기 순손실을 보았는데도 버스비리 파문이후 은행대출은 물론 사채등 돈줄이 완전히 끊겨 도산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상마운수 김남수(金南秀)사장은“사업계획서를 들고 발이 부르트도록 은행을 돌아다녀도 모든 버스회사가 횡령회사로 인식돼 있어돈을 구할 길이 없다”고 안타까워 한다.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 운영실 이형구(李瀅九.40)주임은“버스업자들이 제발 운영권을 반납할테니 받아달라고 사정하고 있을 정도”라며“유진등 2개 업체가 이미 부도난 상태에서 연말 업체도산이 잇따를 것이 분명해 조만간■사회문제화될 것” 이라고 단언했다. <강홍준.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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