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현장 이 문제] 무질서·악취… '짜증 부산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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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일 부산역 광장에서 손님을 기다리는 택시들 사이로 행인이 지나가고 있다. [송봉근 기자]

고속철이 개통된 지 한 달이 지났으나 부산역 신역사의 일부 시설이 미비해 이용객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화장실 시설이 좁아 승객들이 도착할 때마다 북새통을 이루고 있고, 택시승강장도 자정 무렵이면 심한 무질서를 빚고 있다.

부산역사 내엔 백화점 명품관 등 상업시설과 다양한 편의시설이 들어서 이용객들에게 쇼핑.편의 장소를 제공하고 있다.

고속철 개통으로 부산역 철도 이용객이 평일 평균 4만5000명, 주말 6만여 명으로 20~50% 늘었다.

화장실 불편=개찰구 주변의 화장실이 비좁다. 역사 3층 대합실에 설치된 화장실은 두 곳 있지만 이용객들은 주로 눈에 금방 띄는 개찰구 앞 화장실을 이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 화장실은 동시에 17 명 정도가 이용 가능해 이용객들이 한꺼번에 몰릴 때면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특히 개찰구를 나온 승객들이 화장실 앞에서 떼밀다시피 출입하면서 말다툼이 벌어지기도 한다.

여자화장실 앞에도 칸마다 5~6 명이 줄지어 서있는 등 불편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부산역 관계자는 "기존 건물을 리모델링했기 때문에 화장실 공간이 부족하다"며 "개찰구 화장실 입구에 임시로 1층에도 화장실이 있다는 안내문을 붙였으며 시공사에 화장실 문제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택시 승강장 무질서=부산역 선상(線上)주차장 입구에 자리 잡은 택시승강장은 밤 10시 무렵이면 아수라장이 된다. 손님을 태우려는 택시와 내려주는 택시들이 일반 승용차와 뒤엉켜 심한 혼잡을 빚는다.

선상주차장 진입로는 승객을 잡기 위해 대기 중인 택시들이 10여 대씩 가로 막아 주차장 진입을 방해하는 일도 예사다.

고속철 개통 전 2줄이었던 택시승강장이 4줄로 바뀌면서 부산역으로 들어오는 택시들이 크게 늘어남에 따라 광장호텔 이면 도로는 종일 혼잡하다.

그러나 아직 적절한 소통책은 없는 상태다.

고속철을 자주 이용한다는 강동진(34)씨는 "기차역이 갖춰야 하는 환승 시스템이 제대로 정비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역광장 악취 진동=부산역 광장 일대의 악취도 이용객들에게 불쾌감을 주고 있다. 화학물질이 썩는 냄새와 비슷한 이 악취는 3월 말 고속철 개통을 앞두고 역광장이 새로 조성될 때부터 고속철 상징물 주변의 휴식공간에서 주로 발생하기 시작했다.

습도가 높거나 기온이 높은 날에는 보행자들이 코를 틀어막아야 할 정도로 역겨운 냄새를 풍기고 있다.

동구청이 지난 7일 물청소를 하고 가로수의 흙을 파내고 악취의 원인을 찾는 작업을 벌였지만 정확한 원인을 찾아내지 못했다.

부산역과 시공사 측은 일단 노숙자들의 음식물 쓰레기나 용변 냄새가 벽돌에 밴 것으로 추정하고 있을 뿐이다.

편의시설 입주= 애경백화점 명품점이 1층에 문을 열었다. 경기도 광명에도 부산역사와 같은 고속철 명품점을 열고 있는 애경 측은 광명점에서 물건을 구매하고 부산역에서 사은품을 받을 수 있는 마케팅도 실시할 계획이다.

1층에는 핫도그 전문점.편의점. CJ 푸드점 등이 들어섰다. 3층 대합실에는 롯데리아와 홍익회 일용잡화점이 영업 중이다. 4층에는 양식 레스토랑이 빠르면 다음달 문을 열 예정으로 막바지 공사 중이다.

김관종 기자 <istorkim@joongang.co.kr>
사진=송봉근 기자 <bks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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