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축구 '기적같은 아테네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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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테네 올림픽 본선에서 맞닥뜨릴 16개 팀의 윤곽이 유럽 대표 3개 팀을 빼고 모두 결정됐다. 축구는 개막 하루 전날(8월 12일)부터 열전에 돌입한다.

한국이 6연승으로 본선 진출을 확정한 가운데 13일 아시아 최종예선 C조에서 이라크가 기적 같은 역전극을 연출하며 본선에 올랐다. 이로써 아시아에서는 한국.일본.이라크 3국이 본선에 나가게 됐다.

이라크는 요르단 암만에서 벌어진 최종전에서 사우디아라비아를 3-1로 꺾었다. 이 경기 전까지 이라크(승점 6)는 오만(승점 8).쿠웨이트(승점 7)에 뒤져 3위를 달리고 있었다. 이라크가 본선에 나가기 위해서는 ▶사우디아라비아를 반드시 꺾고▶오만과 쿠웨이트가 비겨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이라크는 전반 21분 선취골을 허용했지만 6분 뒤 동점골을 뽑았고, 후반 15분 살리의 결승골에 이어 44분 하와르 모하메드가 쐐기골을 터뜨렸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렸을 때 전해온 오만-쿠웨이트전 결과는 0-0. 골득실에서 앞선 이라크(+2)가 오만(-1)을 제치고 극적으로 본선 티켓을 따내는 순간이었다.

이라크 선수들은 서로 부둥켜안은 채 감격의 눈물을 쏟았다. 전쟁으로 초토화돼 연습 장소도 제대로 구하기 힘든 현실, 테러 위험 때문에 홈경기를 할 수 없는 악조건을 이겨낸 승리였다. 수비수 아메드 알완은 "미칠 것 같이 기쁘다. 우리는 온갖 어려움을 이겨냈기 때문에 올림픽 출전권은 당연한 선물"이라고 말했다.

이라크 올림픽팀은 지난 4월 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한국 올림픽팀과 친선 경기를 벌였다(한국 1-0 승). 경기 전날에는 1967년 이라크에서 열린 군인선수권대회에 출전했던 양지 축구단 소속 원로 축구인들이 '사랑의 축구공' 100개를 이라크팀에 전달하기도 했다(본지 4월 6일자 S1면). 이 행사에 참여했던 조정수 대한축구협회 상벌위원장은 "한국이 본선에 진출한 것만큼이나 기쁘다. 이라크팀이 본선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기를 바란다"고 축하했다.

아테네올림픽 대륙별 예선에서는 월드컵 챔피언 브라질과 신흥 강호 미국, 2000년 시드니올림픽 우승팀 카메룬 등이 탈락하는 등 이변이 속출했다. 6월 8일 유럽 대표 3팀이 결정되면 9일 본선 조추첨이 그리스에서 열린다.

◇한국 올림픽대표팀에 4억원 포상=대한축구협회는 5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을 이룬 대표팀에 총 4억원의 포상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구체적인 배분 방법은 코칭스태프 회의를 통해 결정한다. 축구협회는 2002한.일월드컵에서 4강의 영광을 이룬 태극전사들에게 3억원씩의 포상금을 준 바 있고, 지난해 미국여자월드컵 본선에 올랐던 여자대표팀에도 3억원을 내놓았었다.

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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