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뒷걸음 치는 그린벨트政策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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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신한국당의 그린벨트 완화 계획이 부정적 결과를 낳으리라는 것은 명약관화(明若觀火)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당이 당초 계획대로 추진한다고하니 심히 우려된다.당정은 먼저 전문가나 학계의 자문을 구하고 외국의 사례등을 참고해 여론을 존중하는 시책을 펴야 할 것이다.필자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그린벨트 완화시책에 찬성할 수 없다는 주장을 밝히고자 한다.
첫째,자국의 안보문제 다음으로 환경문제가 중요시되고 있는 것이 세계적 흐름이다.우리나라에서도 벌써 여러차례 오존경보가 발령됐고 공기 오염으로 귀중한 생명권이 위협받고 있는 실정이다.
1971년 그린벨트 관계법령이 공포.시행된 이후 국민들의 적극적인 협조와 관계당국의 노력으로 이 시책이 오늘날까지 유지돼 왔다.그런데 죽어가는 공기를 정화해 다시 우리에게 맑은 공기를되돌려주는 이같은 그린벨트를 더욱 강화하지는 못할망정 완화하겠다는 신한국당의 입장은 이해하기 어 렵다.
이는 환경문제만큼은 다른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다뤄져야 한다는커다란 원칙을 정면으로 벗어나 거꾸로 가는 정책이 아닌가 한다. 둘째,25년전 그린벨트 설정 당시 많은 국민들이 국가 백년대계를 생각해 개인이나 지역의 이익을 뒤로 하고 관계기관의 정책 집행에 협조했다.그러나 이후 돈있는 사람,권력층에 배경을 둔 사람들이 싼값에 그린벨트내 토지.가옥.임야등을 마구잡이로 구입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같은 과정을 거쳐 부동산투기 바람이 그린벨트에까지 미치기 시작했다.외지 사람들의 소유가 늘어나면서 이들은 선거 때마다 각종 형태의 조직체를 동원해 그린벨트 규제 완화 투쟁을 펴왔다.이들 압력단체들은 선거 지지표와 연계해 그린벨트 를 흥정의 대상으로 삼아온 것이 사실이다.
또 지금은 그린벨트내 토지등을 팔길 희망하는 피해 원주민(1971년 기준)과 선량한 영세 소유자를 가려내 이들 토지등을 연차적으로 정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서 매수하는 방안도 거론되고있다.이같은 시점에서 규제 완화는 고려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셋째,가까운 일본의 경우를 보면 주로 정치인들이 국회의원 당선을 위한 공약을 남발하면서 그린벨트를 조금씩 완화했고 이것이도화선이 돼 결국 그린벨트제의 전체적인 실패를 자초하게 됐다.
우리도 선거를 의식한 선심성 정책으로 그린벨트 본연의 의미를 살리지 못하고 자꾸 뒷걸음 친다면 결국 일본과 같은 상황을 맞게 될 것이다.그린벨트 규제 완화는 이 제도의 총체적인 실패로연결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관계자들에게 알리고 싶다.
황두영 한국새마을금고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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