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철통 보안 … 최정예 제6국서 근접 경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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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얼굴 없는 통치’가 30일로 77일째 이어지고 있다. 지난 8월 14일 군부대를 현지지도했다는 보도 이후부터다. 1994년 아버지인 김일성 주석 유고 때 87일간 추모를 위해 잠행했던 것을 제외하면 최근의 비공개 행보는 최장이다.

현장 통치를 해 온 김 위원장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것은 비정상 징후의 하나다. 반면 평양은 외양으로는 평온하다. 국방부는 29일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에도 불구, 북한의 군사활동에 특이한 변화는 없다”고 밝혔다. 지금 북한은 ‘비정상 속 정상’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당국은 김 위원장의 건강 상태에 대해 완전 회복 또는 거동 불가로 단정하기보다는 그사이의 중간 지점을 시사하고 있다. 고위 당국자는 29일 “(김 위원장이) 유고가 아닌 건 확실하다. 그러나 멀쩡하지 않은 것도 확실하다. 현재로선 완전 회복은 좀 힘들다고 본다”고 전했다. 김성호 국정원장도 지난 28일 국회 정보위에서 “신체적으로 완전한 것은 아니지만 업무 처리에 큰 지장은 없는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와병설 이후 북한의 김 위원장 보안도 한층 강화돼 현재는 호위총국에서도 최정예인 근접경호 담당 제6국만 경호를 전담하고 있으며 외부에서의 접근은 완전 차단된 상태라는 게 당국의 분석이다.

김 위원장의 건강과 동향에 대한 당국의 판단은 그래서 확정적이지 않고 현재진행형이다. 그의 건강 상태 변화에 따라 언제든지 국면이 뒤바뀌는 불확실성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외신에서 북한의 ‘중대 발표설’ 등이 튀어나오는 것도 이런 안갯속 상황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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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이 김 위원장의 건강 상태에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지만 그렇다고 북한이 공개해 온 김 위원장 건재 보도에까지 신빙성을 두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한 소식통은 지난 4일 북한이 공개한 김 위원장의 축구 경기 관람에 대해서 “의미를 둘 게 아니다”고 말했다. 어디서 어떻게 관람했는지가 전혀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11일 북한이 공개한 김 위원장의 강원도 군부대 방문 사진도 당시 김 위원장이 이동할 때 사용되는 특정 주파수대 통신 등의 관련 징후가 전혀 포착되지 않아 와병설 이전의 사진으로 추정됐다. 정부 일각에선 북한 노동당 선전선동부가 치밀한 시스템을 가동하지 못한 채 내부 동요를 단속하기 위해 서둘러 ‘1호(김 위원장) 사진’을 내보낸 ‘실수’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대북 전문가들 일각에선 김 위원장의 재활 치료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이기동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책임연구위원은 “회복이 더디거나 재활 과정에 있기 때문에 노출을 피한다고 유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정원의 당초 판단은 ‘김 위원장이 뇌졸중·뇌출혈 등으로 추정되는 순환기 계통 이상으로 수술을 받고 회복 중’이라는 것이었다. 이 연장선에서 김 위원장이 수술 후 언어·사고 능력은 정상적이지만 재활 치료를 받고 있거나, 2차 발병 가능성을 우려해 최대한 동선을 축소했다는 추론이 나올 수 있다. 유사시에 대한 정부의 상황 대비는 내부 깊숙이에서 조심스럽게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보기관들은 대량 탈북 사태를 가정해 북한 전문가들과 탈북자 등을 중심으로 모의 시나리오를 만든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정부는 향후 전망에는 함구로 일관하고 있다. 불필요하게 북한을 자극하는 것인 데다 북한 군부가 최근 김 위원장의 건강 이상을 거론한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 문제를 걸어 남북 관계에서 중대 결단에 나서겠다고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김 위원장이 와병 중이던 지난 8월 하순에도 미국을 상대로 영변 핵시설 불능화 중단이라는 초강경책을 구사한 바 있다. 대북 전문가들 사이에선 “북한이 남쪽을 향해 뭔가 행동에 나설 경우 미국이 대선을 치르는 다음달 4일을 전후한 시점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민석 군사전문기자,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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