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인터뷰>크리스 패튼 홍콩총독에 들어본 中반환 이후 홍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홍콩의 중국 반환 D-1백86일..동양의 진주'라는 이 아시아의 상업중심지 주권이 마침내 중국으로 넘어가는 것은 서구 열강에 의한 아시아 침략의 마지막 실체가 지구상에서 지워지는 역사적인 일이다.정치적으로 일당독재의 권위주의체제를 유지하는 가운데 경제개혁을 하고 있는 중국.그런 중국으로 편입되는 홍콩의장래에 관해선 비관과 낙관이 교차하고 .불확실성' 하나만이 확실해 보인다.지난해 한국과 홍콩의 교역량은 1백11억달러에 98억달러 흑자.홍콩은 우리의 3대 수출 시장의 하나다.홍콩의 장래는 한국에도 초미의 관심사다.중앙일보는 영국의 마지막 총독으로 홍콩을 중국에 돌려주는.슬픈 책무'를 맡은 크리스 패튼을그의 집무실에서 만나 마지막 총독으로서의 감상(感傷)과 홍콩의장래에 관한 견해를 들었다.
[편집자註] 김영희=내년 6월30일 밤12시 정각 영국의 국기 유니언 잭이 홍콩정청(政廳)의 국기계양대에서 영원히 내려집니다.그때 총독께서는 무엇을 하고 계시게 될까요.
패튼=바로 그 순간이나 그 직후에 나는 영국 왕실의 주요 인사 한분과 함께 해군함정을 타고 영국 최후의 식민지였던 홍콩에아쉬운 작별을 하고 있을 겁니다.나는 분명히 슬픔을 느낄 것이고 동시에 영국이 그동안 홍콩을 위해 해낸 업적 에 긍지를 느낄 것입니다.
김=이건 홍콩문제와 직접 관계없는 질문입니다만 총독께서는 영국 정계 지도자의 한사람이었습니다.홍콩을 떠난 뒤엔 어떤 일을하게 될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패튼=우선 남중국해를 항해하게 되지요.유럽에 도착하면 처음 6개월동안은 장래문제에 관해선 일절 결정을 하지 않고 홍콩에서겪은 문제들을 중심으로 책을 쓸 작정입니다.
김=홍콩총독 재임중에 많은걸 배웠습니까.
패튼=아시아의 경제발전 단계에서 아주 중요한 시기에 4년6개월이나 아시아의 심장부에서 근무하면서 배운게 없다면 감각이 둔하거나 좀 모자라는 사람 아니겠습니까.가령 유럽은 지금 높은 실업률 때문에 경제.사회생활이 말이 아닌데 아시아 에는 그런 문제가 없어요.사정이 이런데도 유럽연합(EU)은 시장의 규제,특히 노동시장의 규제를 풀고 고용의 사회적인 비용을 줄이는 문제등에 관해 아시아의 경험을 배우려고 하지를 않아요.
특히 교육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유럽이 아시아한테서 배워야 하고 유럽 젊은이들의 수학실력과 한국이나 일본 젊은이들의 수학실력을 비교해보는 것이 중요해요.
김=경제규제 완화와 그것이 고용에 미치는 결과를 지적하셨는데한국 경제계 지도자들도 정부의 지나친 규제에 불평하면서 외국 기업들을 우대하는 영국정부의 경우를 자주 거론합니다.
패튼=지난 20년동안 영국은 고통스러운 리스트럭처링을 단행했습니다.그 결과 영국은 유럽에서 가장 경쟁력있는 나라가 되었고아시아의 유럽투자중 40%를 유치할 수 있게 된 겁니다.
20세기가 저물어가는 이 시점에서 분명한 메시지는 이겁니다.
애덤 스미스와 드 토크빌의 경제학,18세기와 19세기 자유주의경제학으로 문제에 접근하는 것이 21세기의 경제적 자유의 열쇠라는 것입니다.
이제는 중도좌파적인 정책을 가지고 선거운동을 하는 정당을 찾아보기 어려워요.소득 재분배를 위한 세금인상과 기업규제의 강화를 주장하는 정당도 드물고.
김=중국의 첸치천(錢其琛)외교부장은 지난달 어느 인터뷰를 통해 홍콩이 중국으로 넘어간 뒤에는 민주주의 운동은 제한받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패튼=지난 84년 영.중공동선언은 홍콩 주민들을 상대로 하는공약이고 국제조약입니다.
그것은 자본주의체제 아래서의 홍콩의 번영을 공약한 것일 뿐만아니라 법치(法治)가 보장된 가운데 언론의 자유와 상품의 자유로운 이동이 보장된 자유로운 사회로 번영을 누리도록 하겠다는 공약입니다.그의 발언과 공동선언을 조화하기는 어 려워요.
김=지금 체제의 유지가 국익(國益)에 맞는 것이라면 중국도 결국은 공약을 지키지 않을까요.
패튼=중국이 홍콩에 갖는 이해관계는 엄청납니다.홍콩에 투자를가장 많이 하는 나라는 중국이고 중국에 투자를 가장 많이 하는.나라'는 홍콩입니다.6백만 인구의 홍콩이 중국 국내총생산(GDP)에 기여하는 몫이 21%나 돼요.
문제는 중국에 무엇이 홍콩을 위해 좋은 일인가를 판단하는 능력이 있느냐,그 판단에 따라 중국이 홍콩이 잘 되도록 가능한 모든 노력을 할 것이냐는 것입니다.
김=서비스 분야가 홍콩 GDP의 80%를 차지하는데 그것은 홍콩이 지금의 지적인 환경을 유지하는 것이 국제상업 중심지로서의 지위를 지키는 기본적인 조건이라는 의미가 됩니다.
패튼=서비스분야 중심의 경제가 질적으로 성장하자면 거기에 맞는 사회적.지적 인프라가 요구됩니다.
예컨대 자유로운 정보의 흐름이 없는 도시는 국제적인 상업중심으로 기능할 수 없지요.시민의 자유를 억압하는 환경이면 양질의지식을 가진 사람들이 와서 살려 하지 않는건 당연합니다.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홍콩의 중국반환이 그들의 생활수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걱정한 사람은 7%밖에 안되고 시민의 자유와 정치적인 자유를 제한하고 부패가 늘어날 것이라고 걱정한 사람은 57%나 됐어요.
이 조사결과의 결론은 홍콩이 경제적인 성공은 기대가 되지만 교육받고 전문지식을 가진 중산층은 자유를 걱정하고,따라서 시민의 자유가 유지되지 않으면 홍콩을 떠난다는 것입니다.
김=언론의 자유도 중요한 기준이 될 것 같은데요.
패튼=지금 홍콩의 언론들은 완전한 자유를 누리고 있어요.다만현재의 주권보다 내년 7월 이후의 주권에 관한 보도에서는 자제(自制)를 합니다.그런 자율 규제가 늘어난다면 홍콩을 위해서나이곳 언론을 위해 불행한 일입니다.
신문들이 스스로의 머리에 가위질을 한다면 홍콩사회 전체에 영향을 미치고 신문독자수도 줄어들 겁니다.최근엔.애플'이라는 중립적인 신문이 창간돼 발행부수에서 두번째로 큰 신문으로 성장했어요.그건 바로 독자들이 신문의 질을 보고 구독한 다는걸 의미합니다. ***他지역 자극을 우려 김=총독께서는 직선(直選)된의원들로 구성된 홍콩의 입법원(立法院)을 임명된 의원들로 교체하려는 중국의 계획은 도전행위라고 비난했습니다.입법원 구성에 중국정부와 충분히 협의하지 않은 겁니까.
패튼=1년동안 17번에 걸쳐 1백70시간 협의했어요.하지만 1백70만시간 협의했어도 민주당 소속 의원수를 줄이는 사전조치를 취하라는 중국의 무리한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한 합의에 이르지 못했을 걸요.지금 중국이 입법의원으로 임명하려 고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94년 민주적인 선거에 출마했다가 떨어진 사람들입니다. 중국은 홍콩을 반환받은후 초기엔 독립적인 입법원보다 베이징(北京)의 뜻에 순종하는.고무도장' 같은 입법원을 갖기를원하는 겁니다.
김=중국은 홍콩의 주권을 되찾는 것이 대만문제 해결의 길을 트는 계기가 된다고 생각하는 것같은데 현실성이 있는 발상입니까. 패튼=당초.1국 2체제'는 홍콩보다 대만에 적용하려 했다고해석하는 전문가들이 많아요.대만 사람들은 홍콩에서.1국 2체제'가 순조롭게 진행되는가 관심을 갖고 지켜본뒤 대만의 장래에 관한 결론을 내릴 겁니다.
김=중국은 개혁의 기지(基地)로서 홍콩이 다른 지역의 개혁을부추길까 걱정하는 것 아닙니까.
***특수지위 유지해야 패튼=그런 걱정을 하는 사람들도 있어요.천안문(天安門)사태로 홍콩사람들의 중국에 대한 자세가 달라지기도 했고.중국 지도층은 홍콩에서 1백만명 이상의 시민들이 천안문사태에 항의하는 데모를 하는걸 봤어요.
해마다 2만5천명 내지 4만5천명의 시민들이 천안문광장의 학살을 잊지말자는 횃불데모를 합니다.그래서 불안한 겁니다.그러나홍콩사람들의 애국심이나 홍콩반환이 성공적으로 수행돼야 한다는 자세를 보면 걱정할 이유가 없다고 봐요.홍콩이 중국과 세계 사이의 가교(架橋)역할을 하자면 중국과는 다른 특별한 아이덴티티와 제도를 유지해야 합니다.
김=내년 7월이후 누가 초대 행정장관이 되느냐가 관심의 초점입니다.어떤 사람이 행정장관으로 적격(適格)입니까.
패튼=우선.베이징의 사람'이 아닌.홍콩의 사람'이라야 해요.
정직하고 용기있고 유능하면서 관료조직과 시민들의 지지를 받는 사람이 아니면 어렵습니다.
김=홍콩반환으로 서양제국주의에 의한 아시아지배의 마지막 실체가 사라집니다.식민지주의가 아시아에 남기고 가는 유산은 뭡니까. 패튼=법치입니다.19세기 제국주의 열강들이 아시아에서 저지른 굴욕적인 일에 관해 여러가지 견해가 있겠습니다.그러나 영국의 경우 현지의 문화와 보편적인 가치관을 반영하는 체제를 만들어내는 방식을 통해 식민지에서의 책무를 영광스럽게 끝내려고 한것만은 사실입니다.
자유와 법 앞에서의 평등,유능한 행정조직,부정방지,반대입장을가진 사람들에 대한 세련된 자세는 모두 보편적인 가치라고 생각해요. 김=한국과 일본,그리고 중국과 일본간에 과거문제로 남아있는 감정을 아시겠지요.영국의 홍콩점령은 아편전쟁의 전리품(戰利品)입니다.내년 7월 이후 영국과 중국 사이에 감정의 응어리는 남지 않을까요.
패튼=그런 일은 없을 겁니다.홍콩사람들의 마음속에 영국은 죽음과 비극을 가져오고 자유를 박탈한 나라의 상징으로 각인(刻印)돼 있지 않아요.홍콩주민 대다수는 안전과 행복한 생활을 찾아중국에서 넘어온 피난민들 아닙니까.
김=홍콩을 떠나려는 순간을 맞고 보니 홍콩반환을 약속하지 않았더라면 좋았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나요.
패튼=그럴 수가 없었지요.홍콩은 1898년의 조약으로 1997년에 중국에 넘겨주게 돼있었고,역사적.법적인 유산이라는 의미에서도 옳은 일입니다.
김=지난 4년6개월동안 총독으로 여러가지 개혁을 실천하느라 금발머리가 하얗게 됐다고들 하는데 개혁의 유산이 얼마나 유지될것으로 봅니까.
***개방정책 계속될것 패튼=내가 만든 제도의 일부는 폐기되겠지요.그러나 지난 몇년동안 유리한 조건에서 만개(滿開)한 민주주의의 정신은 버릴 수 없을 겁니다.
김=덩샤오핑(鄧小平)이후의 중국을 어떻게 예견합니까.
패튼=중국에 관한 예언은 어두운 무대에서 일어나는 일을 묘사하는 것과 같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요.그러나 70년대 후반에 시작된 경제적인 개방정책은 계속할 것입니다.그것이 정치.사회적으로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알수 없어요.불확실하 다는 것 하나만 확실해요.마르크스주의자들이 남아있다면 경제적인 발전이 정치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레닌주의자들의 생각은 다를 겁니다.
김=총독께서 큰 기업의 회장이라면 지금 홍콩에 대규모로 투자하겠습니까.
패튼=물론입니다.홍콩은 중국과 아시아의 다른나라를 상대로 하는 사업에는 최선의 기지가 아닙니까.시장(市場)예측은 어려워요. 내가 처음 홍콩에 왔을 때의 항셍주가는 4천이었는데 지금은1만3천입니다.홍콩에 대한 장기적인 신뢰가 있다는 뜻 아니겠습니까. 김=오랜시간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