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 cover story] 위크앤이 웃긴 김응룡 감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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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week& 취재팀은 대구시민운동장 야구장으로 김응룡 삼성 라이온즈 감독을 만나러 갔다. 김감독은 시합 중 좀처럼 표정이 변치 않는 무뚝뚝함의 대명사. 그가 활짝 웃는 모습을 실으면 이번 주 기사와 딱 어울릴 것이란 판단에서였다.

사전에 구단을 통해 이야기가 됐지만 근래 팀 성적이 기대만 못한 탓인지 김감독은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김감독은 "며칠 잠도 못 자고, 하도 긴장 돼 오한까지 난다"며 야구복 아래 껴입은 내복까지 슬쩍 보여줬다. 그래도 출장까지 간 터라 억지로 그라운드로 청해 사진을 찍었다. 미소 만들기 전문가인 예치과 김석균 원장과 한미진 실장이 거들었지만 별 무소용이었다. 그저 희미한 웃음이 번지다 마는 게 전부였다.

긴장해 얼굴을 실룩이기까지 하던 김감독은 몇 장 찍은 뒤 "도저히 못 하겠다"며 도망치다시피 감독실로 돌아갔다. 하긴 해태 시절부터 13년간 한솥밥을 먹은 선동열 투수 코치도 "제작년에 우승했을 때 말고는 웃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니 취재팀의 요청이 난처했으리라.

김감독이 사라지자 책 한권을 선물로 갖고 온 김석균 원장이 머쓱해 했다. 설마 선물이야 마다하랴 싶어 감독실을 노크했다. 책을 받아든 김감독은 "뭐 이런 걸 다"라며 어쩔 줄 몰라 했다. 그제야 미안함과 고마움, 그리고 겸연쩍음이 묘하게 얽힌 미소를 떠올랐다. 물론 아주 잠깐.

"선물을 받아든 순간 김감독의 입가에 번진 미소를 영원히 잊지 못할 겁니다."카메라에 담진 못했지만 취재팀의 한결같은 귀경소감이었다.

글=권혁주 기자<woongjoo@joongang.co.kr>
사진=권혁재 전문기자 <shotgun@joongang.co.kr>

◆5월 14일자 주말섹션 W2면 '김응룡 감독도 씨익 웃었다' 기사와 제목에 '작년에 우승…'이라 했으나 삼성 라이온즈가 우승한 것은 재작년(2002년)이기에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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