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념 경제학] 여의도 소방차는 '사이드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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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요즘 서울 여의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차종은? 정답은 ‘사이드카’다. 사이드카는 주식시장에서 선물가격의 급등락이 현물(일반주식)가격까지 흔들어 놓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다. 선물값이 전날 종가보다 거래소는 5%, 코스닥은 6% 이상 오르거나 떨어진 상태가 1분 이상 계속될 경우 발동된다. 선물값이 심하게 출렁이면 이에 따라 움직이는 외국인과 기관투자가의 프로그램 매매가 급격히 늘어나 현물시장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오토바이 옆에 달린 바퀴 하나짜리 탈것을 현물·선물시장에 비유한 데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다. 한번 발동되면 5분간 프로그램 매매의 매수 또는 매도 호가가 정지된다.

우리나라엔 코스피 선물시장이 생긴 1996년 도입됐다. 처음엔 하루 발동 횟수에 제한이 없고 등락 기준도 3~4%로 좁아 툭하면 발생했다. 98년 하루 한 번만 가능토록 하고 2001년엔 변동폭을 5%(거래소 기준)로 늘리면서 확 줄어들었다.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간 거래소는 15번, 코스닥은 28번에 그쳤다.

그러던 것이 세계 금융위기로 이달 들어서만 거래소는 10번, 코스닥은 9번 발동됐다. 29일에도 거래소·코스닥 모두 개장 직후 사이드카가 걸렸다. 하루 걸러 한 번꼴로 발동된 셈이다. 증권선물거래소 관계자는 “사이드카는 급등장에서 상승을 방해하는 측면이 있지만 급락장에선 주가를 방어하는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고 말했다.  

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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