投資순위 잘못.주먹국구행정 '합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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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맑은물 공급 종합대책의 가시적 성과가 보이지 않는데 대해 환경부는“투자에 대한 효과가 나타나는데는 시간이 걸린다”고 말하고 있다.그러나 전문가들은“투자우선순위가 잘못됐고 사업시행도 주먹구구식”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국회에 제출한 감사원 감사자료에도“예산 낭비사례가 많다”고 지적했다.감사원 감사는 하수처리장 건설.고도정수처리시설 설치사업등 13개 사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그 결과“시설확충을 위한 자금은 매년 급격히 증가하고 있으나▶지방자치단체가 사업준비도 되기전에 보조금을 줘 목적외로 사용되거나▶낭비.사장되는 결과를 빚고▶설치용량을 과다하게 설계하고▶시설만 설치해 가동률이 극히 저조하다”고 지적 됐다.
이때문에 13개 사업에서만 5백10억원의 예산이 낭비됐다는게감사원의 결론이다..맑은물'을 위해 벌인 사업은 수백개가 넘는다.13개 사업의 결함으로 미뤄볼때 나머지 사업도 신뢰감이 안가는 것은 당연하다.
감사원 지적사항은 매우 구체적이다.
경남창녕군등 6개 시.군에서는 하수종말처리장을 지으면서 필요한 것보다 훨씬 큰 용량으로 설계해 3백72억원의 낭비가 예상되고 재설계를 하려 해도 막대한 돈이 들어간다.김해의 축산폐수장은 건물을 지었는데 축산폐수가 제대로 수거되지 않아 오염이 여전하고 시설은 30%만 가동되고 있다.
전남목포의 몽탄저수장엔 별 필요가 없는 고도정수처리시설을 설치한다며 1백12억원짜리 공사를 계획해 이미 20억원을 받았다.경남의령의 상수도사업은 사업비를 66억원에서 1백14억원으로늘리면서 승인도 받지 않고 공사부터 시작해 중단 위기에 처해있고,경기도연천군에서는 수질측정장비를 비싸게 사들였다.
96년 사업이 착수된 전남화순군등 5개 시.군엔 예산 1천7백억원이 95년에 일찌감치 내려보내졌다.화순군등은 이를 은행에맡겼지만 정상금리보다 낮은 이율로 이자를 받아 결과적으로 49억원을 날렸다.
각 단위사업장에서의 비효율과 비리도 문제지만 4대강 오염이 개선되지 않는 보다 심각하고 근본적인 원인은 정책의 잘못이라는지적이 많다.
대표적인 예가 맑은 물을 처리하는 대형 하수종말처리장.
외국의 경우 대형 하수처리장보다 마을단위의 조그만 하수처리장을 택하고 하수관정비에 주력한다.대형 하수처리장을 지으면 하수관의 길이가 길어질 수밖에 없어 파손이 불가피하고 또 사용된 지하수가 하수관을 통해 전부 처리장으로 직행하기 때문에 작은 하천들이 말라버려 생태계가 파괴되기 때문이다.미국의 하수처리장평균 용량이 하루 6천5백인데 우리는 그 25배가 넘는 16만5천이고 보면 국내 처리장들의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정부 투자는 당연히 하수관정비공사와 함께 이뤄져야 했다.그러나 무조건 건물부터 지었다.
국정감사에서 신한국당 홍준표(洪準杓.서울송파갑)의원은“하수관은 전부 줄줄 새는데 도대체 왜 대형 하수처리장부터 지으려고 하느냐”며“뭔가 만들었다는걸 보여주려는 전시행정의 표본인데다 하수처리장 건설과정에서 업자들과의 유착의혹도 짙게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수관 공사과정에서 서울시의 전 하수국장이 수뢰혐의를 받고 있는걸 보면 이같은 문제제기가 무리만은 아닌 것같다.

<김종혁 정치부 기자.강찬수 환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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