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인店 난립 잘된다면 '너도 나도'-'같이 망하기' 십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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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서울 성북구에서 커피브랜드 체인점을 운영하고 있던 L씨(여.
57)는 최근 1억원의 손해를 감수하고 가게를 다른 사람에게 넘겼다.주변에 커피체인점이 마구 들어서면서 도저히 수지를 맞출수 없었기 때문이다.
L씨가 커피점문점을 차린 것은 3년전.남편이 직장을 그만두면서 퇴직금으로 자영업소를 고르던중 신문에 난 커피체인점 모집광고를 보고.일손도 번거롭지 않으면서 일정한 수입이 보장될 것같아'시작했다.
40여평 규모로 꾸미는데 전세보증금 5천만원,권리금 1억5천만원,시설비 1억2천만원등 총 3억2천만원이 들었다.처음에는 장사가 되는듯 하더니 얼마있다 주변에 유사 체인점들이 잇따라 들어서면서 결국 2억2천만원에 점포를 처분하게 됐 다.
서울성동구자양동 구의역 부근에서 탕수육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는S씨는 장사를 계속해야 할지 그만두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주변에 탕수육전문점이 하나,둘 늘어나더니 지금은 17개업체나 난립했다.자연히 매출은 뚝 떨어지고 점포세 내기도 벅찬 형편이 됐다. 이처럼 체인 가맹점을 차렸다가 피해를 보는 사례가 갈수록 끊이지않고 있다.
양념통닭.쇠고기뷔페.셀프호프.노래방.커피전문점.소주방.찜질방.닭갈비.김밥전문점.탕수육전문점등 한때 유행했던 것들이 결국 한 업태가 잘 된다 싶으면 이와 유사한 체인점들이 우후죽순처럼들어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다 서로 장사를 못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최근 기업체의 명예퇴직제등으로 소자본으로 자영업을 하고싶어하는 사람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피해가 확산될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
㈜체인정보의 박원휴대표는 “체인본사가 2년동안 망하지 않고 존속할 확률이 30~40%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예컨대 양념통닭 체인점의 경우 89년까지 체인본사만도 1백여개에 이를 정도로 번창했으나 지금은 20여개만이 간신히 명맥을유지하고 있다.
종로에서 부동산업을 하는 한 관계자는 “현재 종로 지역의 경우 3~4년 전에 비해 음식점.호프집.커피점등의 매물이 2배 이상 많아졌고 점주가 바뀌는 주기도 종전 1년에서 6개월 정도로 단축됐다”고 말했다.

<고세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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