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감독 조성원 “1승 이리 힘들 줄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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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역 선수 시절 특유의 슈팅 폼 때문에 ‘캥거루 슈터’로 불렸던 조성원(37). 올 시즌 여자프로농구 국민은행의 지휘봉을 잡은 그는 혹독한 첫 시즌을 보내고 있다. 남녀 프로농구를 모두 합쳐 최연소 감독인 그는 코치를 포함, 지도자 경력이 2년밖에 안 된다. 개막전의 어색함이 가시기도 전에 내리 4연패를 당했다. 마음은 무거웠고 주변의 시선도 따가웠다. 그는 ‘조직력’ 신봉자다. 당연히 국민은행의 팀 색깔을 바꿔가고 있다. 효과가 나타나는 걸까. 국민은행은 25일 우리은행, 27일 신세계를 각각 꺾고 처음으로 연승 가도를 달렸다.

#선수보다 100배 이상 어려운 감독

“선수 때는 10연승도 곧잘 했는데…. 지도자가 되니 1승도 정말 힘들다.” 조성원 감독은 첫마디부터가 푸념이었다. 선수 때는 자신의 몸만 돌보면 됐다. 그런데 감독이 되고 보니 신경 쓸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경기는 물론 연습, 작전, 선수 관리, 대외 행사까지 챙겨야 했다. 경기로 평가받던 선수 때와 달리 주변의 시선도 신경이 쓰였다. 1승은커녕 4연패를 하자 주변에서는 기다렸다는 듯 “어린 데다 경험이 없다” “팀 하나 추스르지 못한다”는 악평이 쏟아졌다. 그는 “평가는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그 평가를 시즌이 끝난 뒤 해달라”고 주문했다.

지도자 경험은 일천하지만 농구 철학만은 확고하다. 그는 “농구는 5 대 5다. 한 선수에 의존해서는 강팀이 될 수 없다. 조직력이 우선이다”고 말한다. 조성원 식 농구는 약속이다. 모든 공격을 약속된 패턴으로 한다. 삼성생명에서 영입한 슈터 변연하의 득점이 적은 것도 “조직력이 우선이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지금은 이기는 것보다 팀이 어떻게 달라지는지가 관심사”라고 말했다. 이번 시즌 그의 목표는 일단 4강에 든 뒤 챔프전에 진출하는 것이다.

#가족과 친구는 힘을 주는 응원군

조 감독에게는 응원군이 있다. 우선 가족들이다. 선수를 그만두면 가족과 함께 살게 될지 알았다. 그런데 지도자가 되면서 ‘이산 가족’ 생활이 연장됐다. 선수단과 함께 생활하기 때문이다. 시즌 중에는 일주일에 한번, 쉬는 날에만 가족을 만난다. 그는 “항상 아내에게 미안하다. 항상 지켜봐 주고 연패를 당할 때도 내게 힘을 주는 유일한 사람”이라고 얘기했다.

선수 시절 코트에서 함께 땀흘렸던 후배들도 든든한 원군이다. 세 차례나 함께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던 이상민(삼성)·추승균(KCC)은 늘 조 감독을 걱정해 준다. 개막전 장소가 변경되면서 불발됐지만 둘은 시즌 전부터 “개막전 때 응원 가겠다”며 초보 감독의 기를 살려줬다.

부천=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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