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애니메이션 '피아노의 숲'60472;. [이모션픽쳐스 제공]
‘피아노의 숲’(감독 고지마 마사유키)은 모차르트·쇼팽 등의 피아노 선율에 두 어린 소년의 우정이 흐르는 이야기다. 도쿄에서 온 전학생 슈헤이는 아버지의 대를 이어 피아니스트를 꿈꾸는 얌전한 소년이다. 전학 첫날 벌어진 싸움 덕분에 천방지축 카이와 친구가 되는데, 슈헤이는 이내 카이의 놀라운 재능을 발견한다. 유흥가에서 엄마와 단둘이 사는 카이는 정식으로 배운 적은 없어도, 집 근처 숲에 버려진 피아노를 오랜 친구 삼아 자라왔다.
성실한 노력파 슈헤이가 카이 때문에 겪는 상처는 언뜻 살리에리와 모차르트를 연상시킨다. 이 작품이 훌륭한 것은, 그럼에도 슈헤이를 결코 살리에리로 만들지 않는 점이다. 스스로 의식하지 못하는 재능이 넘쳐나는 카이도 단연 매력적이지만, 한결 성숙한 우정을 낳는 슈헤이의 사려 깊은 성품 역시 인상적이다.
국내에도 팬이 많은 동명의 일본 만화를 충실하게 옮겼다. 원작을 넘어선 창의적인 효과가 아쉽기는 하되, 만화로 상상했던 연주를 실제 듣는 것은 뚜렷한 장점이다. 나란히 피아노 콩쿠르에 출전한 두 소년은 가장 큰 경쟁자는 상대가 아니라 자기 자신이라는, ‘열심히’외에 ‘즐겁게’도 중요한 덕목이라는 성숙한 깨달음을 얻는다. 서울 강변·용산·서면·일산 등 CGV 11개 극장과 이화여대 후문에 새로 문을 연 필름포럼 등에서 상영한다.
‘…탱고카페’(감독 미구엘 코핸)는 이와 반대로 70대, 아니 많게는 80대에 이른 노장들이 주역이다. 길게는 반세기 넘게 음악을 해온 이들의 관록이 오케스트라로 연주하는 탱고의 격정에 짙게 묻어난다. 아르헨티나 탱고 음악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거장들이 차례로 새로 녹음을 하고, 한데 모여 기념비적 공연을 하는 과정을 담았다.
우리네에게는 이름 낯선 거장들이라 도입부에서는 그들의 모습이 눈에 설게 느껴지는데, 귀를 열고 객석에 편안히 몸을 맡기면 점차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된다. “탱고는 3분짜리 이야기, 음악, 노래 그리고 춤이다. 그 자체로 완벽하다”는 영화 속의 말이 실감난다. 이 영화의 제작을 주도한 이는 구스타보 산타올라야, 즉 ‘브로크백 마운틴’‘바벨’등 영화 음악으로도 유명한 음악가다. 서울 대학로의 하이퍼텍나다·메가박스 코엑스점 등에서 개봉할 예정이다.
이후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