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이 약할수록 돋보이는 우량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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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곳간이 바닥나면 들고 있는 물건을 팔아야 한다. 이때 귀한 것보다는 덜 귀한 것을 먼저 내다 판다. 주식시장도 마찬가지다. 주식 비중을 줄여야겠다면 장기 투자가 유망한 주식보다는 그렇지 않은 주식을 먼저 판다. 주식시장의 구조조정이 이뤄지는 셈이다.

신영증권은 27일 이러한 주식 구조조정의 과정에서 우량주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될 것으로 내다봤다. 1999년 주가가 바닥을 치고 급상승할 때도 그랬다. 신영증권 분석에 따르면 이는 정보기술(IT)주 붐도 있었지만 반등 초기 기업 기초체력(펀더멘털)이 탄탄한 우량주 중심으로 주가가 많이 올랐기 때문이다. 김세중 투자전략팀장은 “시장이 약할수록 우량주가 강세를 보인다”며 “무차별적 급락 이후의 시장에 대비한다면 우량주에 투자할 만하다”고 말했다.

우리투자증권은 공포에 사로잡혀 코스피지수가 1000선 밑으로 밀린 지금이 우량주에 투자해 최고의 수익을 거둘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강조했다. 우량주는 경기 침체기에 살아남을 수 있을 정도로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인가, 기업의 자산가치에 비해 주가가 얼마나 저평가됐나 등을 고려해야 한다. 이 증권사가 선정한 저평가 우량주는 삼성전자·KTF·한진해운·현대차·한국가스공사·삼성정밀화학·S&T중공업·농심·영원무역·한솔제지·LG 등을 추천했다. 특히 하이투자증권은 삼성전자에 대해 “주가 하락기나 상승기에 모두 투자자들에게 최선의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우량주의 강세는 기관들의 선호에서도 짐작할 수 있다. 27일 하락하던 코스피지수를 끌어올린 것은 장 막판 들어온 5000억원을 웃도는 기금의 매수세다. 반면 기금의 매수가 없었던 코스닥지수는 5.6%나 떨어졌다.

개별 종목별로도 이날 전기전자업종의 대표주인 삼성전자와 LG전자는 7% 안팎 올랐지만 하이닉스는 8.25% 하락했다. 자동차주도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는 10% 넘게 올랐지만 대우차판매는 3일 연속 하한가를 기록했다. 건설주 가운데서도 현대건설·현대산업·GS건설 등은 3~4% 반등에 성공했지만 C&우방·금호산업·경남기업은 무더기 하한가였다. 철강업종도 POSCO는 8.68% 급등해 현대하이스코는 13.16% 급락했다.

실제 증권선물거래소가 기업의 규모별로 평균 주가 등락률을 분석한 결과, 거래소 시장에 상장된 대형주는 연초 이후 27일까지 48.9% 하락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중형주는 57.7% 떨어져 낙폭이 대형주보다 8.8%포인트 컸다. 특히 거래소와 코스닥시장의 우량주만을 모았다는 KRX100지수는 같은 기간 하락률이 46.5%로 가장 적었다.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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