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탈바꿈 힘드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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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일 한나라당 국회의원 당선자 총회에 참석한 박근혜 대표(오른쪽에서 둘째)가 당체제 정비방안에 대한 참석자들의 연설을 듣고 있다. [김형수 기자]

"한번 좌(左)로 갔다가 다시 못 돌아오면 어떻게 하나."(이상배 의원)

"운동권 출신들끼리 (여야를 떠나)정책을 연대하자는 주장까지 나오는데 당론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이방호 의원)

봇물이 터졌다. 12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한나라당 당선자 총회가 그랬다. 당 혁신 및 디지털정당 추진분과위가 마련한 당 체제 정비안을 놓고 당선자들은 갑론을박했다.

분과위의 안은 하나하나 표결에 부쳐졌고, 그 결과 원내정당으로의 탈바꿈을 내건 원안은 대부분 뒤집혔다. 원내총무의 명칭을 '의원대표'로 바꾸자는 안도, 의원대표에 대한 불신임제도를 도입하자는 안도 부결됐다. 당론 강제규정을 완화하자는 안도 없던 일이 됐다.

지도체제 문제가 그나마 정식 안건으로 상정되지 않은 게 다행이었다. 맹형규 의원은 "목수는 집을 지을 때 주춧돌과 기둥을 먼저 그리고 지붕은 맨 마지막에 그리는데 우리는 당 개혁에서 지붕부터 그리는 우(愚)를 범하고 있는 게 아닌지 우려된다"면서 지구당을 대체하는 평당원협의회 창설을 제안했다.

17대 총선 후 거듭나자는 구호 속에 시작된 한나라당의 체제정비 작업이 백가쟁명의 논란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전날(11일) 밤 박근혜 대표가 마련한 3선 의원들과의 만찬에서는 당 정체성 논란이 여전했다. 김기춘 의원 등은 "모든 나라가 다 우(右)로 가는데 왜 우리만 좌로 가야 하느냐"고 말했다.

탄핵안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 홍준표 의원은 "기각되면 사과해야 한다"는 원희룡 의원의 발언에 대해 "기형적 행위"라고 비난했다.

이 와중에 朴대표는 의원들과의 연쇄 모임 등에서 당의 입장을 전파하느라 고군분투 중이다. 이날 초선 당선자들과 점심을 함께하는 자리에서 朴대표는 헌재 탄핵안 결정과 관련한 당의 대응방침을 이렇게 정리했다.

"헌재 결정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은 불변이다. 헌재 결정 후 그게(탄핵안 가결) 옳으냐 그르냐를 쟁점화하는 게 국민이 진정 원하는 일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 탄핵의 쟁점화보다 민생을 챙기는 게 더 중요하다."

박승희.이원진 기자<pmaster@joongang.co.kr>
사진=김형수 기자 <kimh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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