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존’신지애 국내 고별무대서 그랜드슬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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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연장 접전 끝에 우승, 올 시즌 KLPGA 메이저대회를 석권한 신지애(右)가 동료 선수들로부터 맥주 세례와 함께 축하를 받고 있다. 내년 미국 LPGA에 진출하는 신지애는 이번이 국내 고별전이었다. [영종도=연합뉴스]

데뷔 첫해인 2006년 평균 타수 최저타 기록(69.72타)을 세웠던 그는 지난해 시즌 최다승(9승) 기록을 세운 데 이어 올해는 남녀 통틀어 처음으로 시즌 상금 7억원을 돌파(7억6500만원)했다. 신지애는 또 올해 상금왕과 대상(MVP)을 확정 지었고 다승왕(7승)도 굳혔다.

한국 여자골프의 ‘지존’으로 불리는 신지애가 추가한 또 하나의 값진 기록은 3개 메이저 대회 석권이다. 신지애는 올해 한국여자오픈(5월)과 KLPGA 선수권(9월)에서 우승한 데 이어 이날 끝난 마지막 메이저 대회 스타투어 4차 대회에서 다시 우승 재킷을 입었다. 4개 메이저 대회가 있는 LPGA와는 달리 국내 메이저 대회는 3개. 신지애는 KLPGA 사상 최초로 메이저 3승을 거두는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3타 차 단독 선두로 최종 4라운드를 시작한 신지애는 마지막 날 샷 감각이 좋지 않았다. 드라이브샷은 똑바로 갔지만 아이언샷을 약간씩 당겨 치면서 버디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 평소와 달리 퍼팅도 정교하지 못했다. 18개 홀에서 버디는 한 개도 없이 보기 한 개에 나머지 홀은 모두 파세이브에 그쳤다.


신지애는 이날 긴장한 듯 경기 내내 물을 많이 마셨다. 10번 홀에서는 2m 파 퍼트를 놓쳐 보기를 했다. 이후에도 그는 버디를 하나도 잡지 못했다.

신지애는 “버디 없는 경기를 한 것은 3월 시즌 개막전 1라운드 이후 처음”이라고 말했다. 퍼팅이 좋은 신인 최혜용이 데일리베스트인 8언더파를 몰아치며 무섭게 추격했다. 신지애와 함께 경기한 안선주도 3언더파를 치며 동타를 만들었다.

마지막 18번 홀. 신지애는 2.5m 파 퍼트를 남겨 위기를 맞았지만 힘겹게 홀에 공을 떨어뜨리면서 승부를 연장으로 몰고 갔다.

안선주는 “지애의 컨디션이 아주 나쁘면 이길 수도 있다”고 말했지만 쉽지 않았다. 안선주는 연장 첫 번째 홀에서 1.5m 파 퍼팅을 놓쳐 탈락했다. 최혜용 역시 연장 두 번째 홀에서 1.2m 거리의 파 퍼팅을 실패해 우승컵을 놓쳤다.

신지애는 “국내 투어 마지막 대회여서 TV 중계에 오래 나갈 수 있도록 드라마를 쓴 것 같다.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며 “18번 홀 파 퍼팅을 앞두곤 무조건 넣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우겨 넣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국내 투어에서 활동한 지난 3년간 항상 최선을 다했다. 내 샷에 내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자세로 나중에 후회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아쉬움은 없다”고 했다.

영종도=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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