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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병 든 한국경제 … 리더십이 문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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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24일 코스피지수는 1000선이 붕괴돼 938.75로 마감했다. 코스피지수가 1000선 아래로 내려간 것은 2005년 이후 3년4개월 만이다. [연합뉴스]

▶뉴스 분석  코스피지수 1000-. 999보다 1이 많고, 1001보다는 1이 적은 연속선상의 하나의 숫자가 아니다. 주가의 추세를 상징하는 중대한 변곡점이다. 우리 자본시장의 중요한 랜드마크다. 이게 무너졌으니 투자자들의 허탈과 절망은 가늠할 길이 없다.

경제규모 세계 13위, 외환보유액 세계 6위의 한국이 국제 금융위기에 개발도상국보다 더 흔들리는 것은 무슨 이유인가. 경제의 기초여건이 나빠서도, 실력이 못해서도 아니다. 불안심리에 따른 과민반응이 가장 큰 원인이다. 한국 정부가 과연 적절한 대응을 할 수 있을까, 은행들은 제때 외채를 갚을 수 있을까…. 국제 시장에서 이런 의심이 꼬리를 물면 환율·주가·금리는 동시에 나빠질 수밖에 없다. 이게 다시 불안심리를 부추겨 시장을 경색시키는 악순환을 일으킨다.

불안의 근원은 무엇인가. 한마디로 리더십의 한계다. 국가 리더십이 허약해 보이니 한국 시장에 발을 담그고 있는 투자자 모두가 불안해하는 것이다. 외부 충격만 탓할 게 아니다. 이쯤 되면 거의 인재(人災)다.

무엇보다 금융을 책임지는 든든한 수문장이 보이지 않는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전광우 금융위원장,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가 호흡을 맞춰 대응해도 모자랄 판에 서로 엇박자를 내고 있다. 정부가 은행채 매입, 금리 인하 등을 요구해도 한은은 소극적이다. 물가 안정을 명분으로 논리적 방어선을 치고 정부와 참호전이라도 벌일 태세다.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총액한도대출을 늘리는 것도 마지못해 찔끔하고 말았다. 조금 해보고 아니면 또 하자는 식이다. 전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낸 한 경제인은 “한은이 이번 위기를 강 건너 불 보듯 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의 생각은 다르다. 그는 “문제를 돈으로 풀려는 것은 가장 하수(下手)”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러나 위기 땐 개인의 소신보다 중요한 게 있다. 정부와의 긴밀한 정책협조다. 지금 모든 나라에서 재무부-중앙은행이 전면에 나서고 있다.

물론 이 총재 탓만 할 수는 없다. 강 장관에 대한 시장의 신뢰는 이미 떨어질 대로 떨어졌다. 무슨 말을 해도 잘 먹히지 않는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무한 신뢰를 보내니 리더십에 대한 불안과 불신이 자꾸 번지는 것이다. 전 위원장도 시장에서 존재감을 잃은 지 꽤 됐다.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이 무산된 것도 대통령이 질책했듯이 그의 책임이 가장 크다. 대책회의는 강 장관 주도로 이뤄지고, 그는 배석자 정도로 비춰진다.

이 모든 게 대통령의 책임이다. 장관이 제대로 못한다고, 한은 총재가 버틴다고 탓할 게 아니다. 그런 사람들을 그런 자리에 앉힌 것도, 잘못 하는데 내버려 두는 것도 모두 대통령의 리더십 문제다.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는 ‘전쟁 상황실(war room)’에서 각료들과 머리를 싸매고 있다고 한다. 청와대의 고위 인사들도 이를 알고 있다. 한국엔 비상대책기구가 있는가.

아직 늦지는 않았다. 갈 데까지 다 간 것도 아니다. 월요일 시장이 열리기 전까지 48시간이 남았다. 팔짱 끼고 있어선 안 된다.

대통령이 국민 앞에 나서 직접 설명할 시간은 충분하다. 나라가 왜 이리 흔들리는지. 국민들은 어찌 해야 하는지, 또 정부는 어떻게 위기를 헤쳐나갈 것인지를 설명하고 안심시켜야 한다. 그리고 궁극적인 책임은 대통령이 진다는 점을 확인해야 한다. 손발 안 맞는 장관이나 한은 총재가 백날 나와봐야 소용없다. 돈을 얼마 더 풀고, 채권을 얼마 더 사주는 식의 부스러기 정책으론 한계가 있다. 책임자들을 아예 교체하거나 바꾸지 못하면 왜 그대로 두는지 국민을 납득시켜야 한다. 아니면 대통령이 확실하게 이들을 장악하겠다는 비장한 각오라도 보여야 한다.

우리 경제의 실력은 과거와 다르다. 기업의 부채비율은 외환위기 당시 400%에서 지금은 96.4%로 낮아졌다. 삼성전자·포스코 등 세계적인 기업도 나왔다. 은행들의 자기자본비율(BIS)도 평균 10.5%로 국제기준 8%보다 높다. 한국투신운용 김영일 본부장은 “한국 경제의 실력은 이렇게 무너질 수준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 정도의 전력으로 위기를 막지 못하면 장수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남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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