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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책갈피] 예기치 않은 대재앙 ‘블랙 스완’의 정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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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블랙 스완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 지음, 차익종 옮김
동녘사이언스, 548쪽, 2만5000원

 ‘검은 백조’(Black Swan)를 아는지. 호주 서부에 산다는 희귀새다. 모습은 백조인데 백조(白鳥)가 백조(흰 새)가 아닌 셈이니 말의 근원까지 되묻게 만드는 존재다. ‘흑조’라고 부르기도 옹색하다. 이런 혼란은 서구도 마찬가지였다. 17세기 호주에서 블랙 스완이 처음 발견됐을 때 서구인들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수천 년간, 수백만 마리 백조를 보면서 견고히 다진 ‘백조=흰 새’ 정설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그 충격이 얼마나 컸는지 블랙 스완은 ‘불가능하다 생각했던 일이 실제 발생하는 것’을 뜻하는 상징이 됐다.

이 ‘블랙 스완’이 요새 월가에서 횡횡하고 있단다. 최근의 미국발 금융위기 자체가 ‘검은 백조’라는 것이다. 누가 하루 아침에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하고 메릴린치가 매각될 것이라 예측했겠냐는 얘기다.

이런 말이 월가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게 된 데는 바로 와튼 스쿨을 졸업한 투자전문가가 쓴 이 책이 큰 기여를 했다. 지난해 발간된 책이 올 봄까지 37만권(블룸버그 인용) 넘게 팔릴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책은 독특하다. 저자는 분신 같은 ‘예브게니아 크라스노바’라는 가상의 여성 작가를 등장시키거나 스스로를 리무진 운전사로 칭할 정도로 권위를 거부한다. 회의주의 철학자의 면모도 보인다. 이는 어린 시절 주변 어른들이 “며칠이면 끝날 것”이라던 레바논 내전이 17년이나 끄는 것을 본 경험과도 관련 있다.

저자가 말하는 바는 분명하다. 우리는 실제 아는 것보다 더 많이 알고 있다고 기만하기 때문에 블랙 스완을 예측 못한다. 돌발 사건을 경험하고서도 새로운 방식의 돌발 사건이 일어날 가능성은 보지 못한다. 저자는 이런 메시지를 전하면서 ‘만델브로의 회색 백조’(고려할 수는 있지만 완전히 파악하기는 어려운 검은 백조), ‘바벨 전략’(방어적 전략과 공격적 전략 병행) 같은 신조어도 알려준다.

검은 백조를 막는 방법은 뭘까. 저자는 알려진 위험보다 숨어 있는 더 나쁜 위험에 대비하라고 말한다. 예기치 못한 사태가 터질까 두려워하기보다 “항상 하는 일을 장악하라”는 것이다.

백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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