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장공비 사건 관련 "問責" 얘기 발빼는 김동진 국방장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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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북한 무장공비 사건과 관련한 특검(特檢)은 전훈(戰訓)을 얻자는데 있다.』 국방부와 합참 관계자들이 요즘 자주 하는 말이다.지난 8일 합참 공보실장이 이같은 내용을 공식 발표했는데도 그렇다.
동시에 일선 부대 지휘관에 대한 문책얘기는 쑥 들어갔다.문책관련 질문에는 망설이는 기색이 역력하다.
김동진(金東鎭)국방장관이 슬그머니 방향을 선회하고 있기 때문이다.지난 5일 모스크바에서 『과오 지휘관에 대해서는 전역조치는 물론 군법회의에 회부하겠다』고 목청을 높인 그가 문책쪽에서발을 빼고 있는 것이다.
金장관의 방향선회는 곳곳에서 감지된다.
지난 9일 윤용남(尹龍男)합참의장을 만난 자리에서는 『특검은대침투작전의 취약점을 보완하는 차원에서 전훈 도출에 역점을 두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일요일인 10일 낮 1군사령부와 특전사를 방문했다.작전부대 지휘관.참모들과 공수부대 장병을 격려하기 위해서다.공을 세운 특전사쪽은 화기애애했지만 「몰매를 맞은」 1군사령부에서는서먹서먹한 분위기도 연출됐다는 후문이다.여기서도 「전훈」얘기를반복했다고 한다.
金장관이 달라진 것은 두가지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먼저 특검 결과가 자칫 자신의 책임을 묻는 부메랑이 될 수도있다는 점을 저울질한 듯하다.
북한 무장공비 침투및 소탕작전 당시 그는 군령권(軍令權)을 쥔 합참의장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일선 부대 지휘관들의 거센 반발이 작용한 것같다. 상당수의 장교들이 『정작 상황판단과 지휘를 잘못해 놓은게 누구냐』며 金장관의 모스크바 발언에 대해 심한 거부감을 보이는 현실이 간단치 않기 때문이다.
군내에는 군을 감싸줘야 할 사람이 앞장서 매질한다는 불만이 팽배해 있다.
이런 식으로 윗사람의 「면피주의」가 심화되다가는 군의 영(令)이 서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소탕작전중 일부 병력이 무장공비의 공격을 두려워해 ▶일부러 헛기침을 하고▶야간 매복중 담배를 피우는가 하면▶「위험한」 지점을 피해 일렬종대로 수색을 펴는등 수색작전의 기본수칙조차 어겼다는 일각의 소문에 대해 합참이 조사시작전부터 『그럴리 없다』고 부인하는 것도 군내의 최고지휘부에 대한 반감과 무관치 않다. <오영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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