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열린학습'에 다녀와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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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가을비가 촉촉히 내리던 며칠전,우산을 받고 총총걸음으로 5학년인 막내아이가 다니는 초등학교에 갔다.그날은 이른바 「열린 학습」 날이었다.『엄마,목요일날 약속하지 마세요.학교에 꼭 오셔야 해요』하는 아들의 당부에 며칠전 이미 승낙해 놨지만 막상학교에 가려니 내심 걱정이 되었다.
학교에 도착하니 몇몇 엄마들이 복도에서 서성이고 있었다.
나는 얼른 교실안을 살피면서 아이에게 눈도장을 찍어 엄마가 왔음을 알렸다.검정 투피스에 노란 은행잎 빛깔의 블라우스를 받쳐 입으신 선생님은 정말 편안하고 부드럽게 수업을 이 끌어가셨다. 아이들은 씩씩하게 발표도 잘했다.장래희망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에 어떤 아이는 축구선수가,또 다른 아이는 피아니스트가,우주비행사가 되고 싶다며 야무진 꿈들을 펼쳐놓았다.왜 그것이되고 싶은지에 대해서도 자세한 설명을 아끼지 않았다 .
요즘 아이들은 정말 똑똑한 것같았다.우리때만 해도 부끄럽고 숫기가 없어 손도 제대로 못들었는데….나는 30여년전 유년시절의 기억과 현재를 왔다갔다 하며 서있었다.『여러분!여러분들이 되고 싶은 꿈을 이루는 것도 중요하지만 먼저 무엇 이 돼야 하지요?』아이들은 큰소리로 대답했다.『사람이요.』『그래요,좋은 사람이 돼야 해요.』 선생님은 아이들의 다양한 의견에 유머러스하게 대답해 웃음이 배나오기도 했다.평소 아이가 선생님에 대해이야기하던 내용들을 순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아이는 『엄마,우리 선생님은 때리지 않으셔.말썽부리면 선생님옆에 있는 「생각하는 책상」에 앉아 공부하게 해』하고 말하곤 했다.그때마다 나는 『그래,선생님 참 훌륭하신 분이야.선생님 힘드시지 않게 잘해,알았지』하고 다짐받곤 했다.
그날 책상 앞에 빙 둘러앉은 학부모들은 아이들의 학교생활에 대해 상세하게 알 수 있었다.선생님께서 여러가지로 힘드시겠다는생각도 들었다.선생님께서 도시락 점검을 하는 바람에 우리아이가싫어하던 김치도,잡곡밥도 잘 먹게 된 것임을 알았다.
선생님은 우리아이가 학기초에는 선생님에게 호의를 보이지 않던아이였는데 이젠 선생님을 좋아하며 가까이 다가온다는 말씀도 하셨다. 「1일 열린 학습」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은 흐뭇함과 함께 발걸음이 너무나 가벼웠다.다시 한번 선생님의 노고에 감사와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이현숙〈경기도부천시원미구종오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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