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FA 강경 타협안 밀어붙여-FIFA실무위 이모저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8면

…FIFA는 이날 실무회의에서 사전에 양국으로부터 받은 각자의 주장안을 토대로 일괄 타협안을 마련,회의 벽두부터 양측에 제시하며 설득작전에 나서 전격적으로 타협을 끌어냈다.
이 타협안은 FIFA측이 한국과 일본에 배분될 주요 행사를 일방적으로 정한뒤 양측에 통보하고 논의를 거치는 방식이었으며 대회명칭을 제외하고는 그대로 수용됐다.
FIFA는 그러나 이름을 중요시하는 동양적 정서와 사고방식을이해하지 못해 대회명칭을 관례대로 영문식 알파벳 순서(JAPAN-KOREA)에 따라 일본을 앞세웠으나 한국의 강력한 반발을샀다는 후문.
…이날 회의장 주변에는 결승전등 주요 행사가 추첨을 통해 결정될 것이라는 관측이 신빙성을 더하며 굳어지는 분위기였다.
이는 정몽준 회장이 회의에 앞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FIFA가 핵심쟁점 7~8개를 놓고 추첨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 것이 발단이었다.그러나 막상 회의가 시작되자 FIFA가 주도권을 잡고 타협안을 제시하고 일본측도 소극적인 반응 을 보이자 자연스럽게 용도폐기됐던 것이다.
***“양측모두 만족할것” …레나르트 요한손 실무회의 의장은이날 회의가 끝난뒤 기자회견에서 『대회의 성공을 위해 양측이 긴밀히 협조하기로 했다』며 『이같은 정신아래 오늘 회의에서 양측이 모두 만족스런 결과를 얻었다』고 자평.
요한손 의장은 그러나 정작 합의내용에 대해서는 12월7일 집행위원회에 보고돼 승인을 받아야 한다며 계속된 질문공세에도 불구하고 더이상의 언급을 회피.
그는 단지 경기방식에 대해서만 『32개국 64경기 원칙이 고수될 것』이라고 못박자 일본기자들은 실망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그러나 합의내용은 일본대표단의 한 관계자가 기자들의 질문에『결승전은 우리나라에서,개막식은 한국에서 열린다』고 무심결에 발설함에 따라 하나씩 알려지기 시작했다.일본측의 발설을 전해들은 정회장도 사실여부를 다그치자 『왜 그 사람들 이 그런 소리를 했을까』라며 당황하는 기색으로 사실임을 시인했다.
이어 FIFA의 관계자들도 예선및 본선 조추첨.총회장소등 추가적인 결정사항을 확인해줌으로써 전체적인 윤곽이 밝혀지게 됐다. ***국내반응에 촉각 …한국 대표단은 결승전이라는 실리를 일본에 넘겨줬지만 대회명칭과 개막식등을 확보함에 따라 조심스럽게 국내여론의 반응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었다.우리측의 한대표는 『결승전이 일본으로 넘어가 국내 여론의 비판이 걱정된다』고 우려 를 표시한 뒤 『「결승전을 빼앗겼다」는 식으로 부각되지 않길 바란다』고 보도진에 부탁하기도 했다.반면 일본측은 대회의 꽃인 결승전을 가져갔으나 자신들의 최대 관심사였던 참가국과 경기수의 확대가 무산되자 다소 침체된 분위기였다.
…실무회의가 열린 취리히 FIFA본부에는 기자회견이 예정된 6일 오후7시(현지시간)한.일양국을 비롯,각국 1백여명의 보도진이 운집해 공동개최에 대한 각국의 높은 관심을 반영.기자회견은 당초 예정보다 약 30분간 지연된 오후8시부터 시작됐는데 FIFA측은 실무회의에서 공동개최에 따른 주요 사안들을 협의했으며 실무회의 결론은 12월초 바르셀로나의 집행위에 제출돼 최종승인을 얻을 것이라고 원칙적 입장만을 공표.
FIFA측은 회의도중 참가자들에게 회의 합의사항 공개를 바르셀로나 집행위때까지 자제할 것을 강력히 요청한 것으로 알려져 모종의 결단을 예상했던 보도진은 참석자들의 「함구」에 일시 허탈에 빠지기도.
…일본의 나가누마 겐 축구협회장은 회의가 끝난뒤 『행복하지도,불행하지도 않다』고 소감을 토로.
지난 5월31일 FIFA집행위원회에서 한.일공동개최가 결정된뒤 침통했던 표정과는 사뭇 달라진 모습을 보였으나 일본 국내여론을 감안한 듯 일본의 개최도시 확대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에 대해 아쉬움을 피력.반면 한국의 정회장은 외 신기자들을 향해 『만족할만한 결과』라며 여유있는 웃음을 지어보였다.
…이날 회의는 예상처럼 격렬한 난상토론이 전개된 것으로 알려졌다.FIFA관계자에 따르면 『회의도중 어느쪽인지는 밝힐 수 없지만 문을 박차고 나가기 직전까지 가는 격렬한 회의였다』고 밝혔다. 그는 또 『그러나 FIFA는 이번 회의에서 무조건 합의결과를 얻어낸다는 계획으로 강하게 밀어붙였다』고 밝혔다.
***결승전 유치에 안도 …월드컵 참가국과 경기수 확대를 줄기차게 주장해온 일본은 일단 결승전을 자국에 유치했다는 사실에안도하면서도 FIFA가 32개국 참가.총64경기 원칙을 확정하자 『적자대회를 떠맡게 되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는 모습.
…일본의 15개 지역자치체는 대부분 『공동개최라는 모험도 감행했던 FIFA측이 너무 융통성이 없다』며 노골적인 불만을 표출.도쿄.오사카등 개최지 선정을 확신하는 일부 대도시는 『FIFA의 의견을 존중한다』는 여유를 보였으나 나고야 .홋카이도등입지가 불확실한 지자체들은 『도대체 몇곳이 선정되고 어느 곳이탈락하게 되는 것이냐』며 노골적인 불만을 표시.
…일본은 각 지자체에 『일단 유치준비에 만전을 기해달라』는 호소로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는 자치단체를 달래는 모습.
도쿄 인근 요코하마시 체육교육위원회의 다카하시 호시 월드컵담당은 『아직 일본 지자체의 어느곳도 공식개최지로 결정된바 없는만큼 준비위원회측과 앞으로의 일정에 대해 긴밀하게 상담할 생각』이라고 담담히 토로.
이에반해 비교적 군소도시인 우라와시는 『빠른 시일내에 6만명수용규모의 초현대식 축구장 건립을 완성,기필코 월드컵 경기를 유치하겠다』고 강조.
고대훈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