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리 모이는 G20 정상 ‘경기침체 고리 끊기’ 해법 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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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우지수가 5.69% 급락한 22일 뉴욕증권거래소의 한 거래인이 놀란 표정으로 수첩을 살펴보고 있다. [뉴욕 AP=연합뉴스]

◆왜 G20인가=G20이 구성된 이후 정상 간 회담이 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G20은 1999년 만들어진 비공식 포럼으로 매년 한 차례 회원국의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이 모여 회담을 열었다.하지만 금융위기 이후 G20이 부쩍 주목을 받고 있다. 금융 위기가 전 세계로 확산되고 동반 경기침체까지 우려되는 상황에서 기존 선진 7개국(G7)만의 협력으로는 역부족이라는 인식에서다. G7은 중국·인도 등 신흥 경제강국을 포괄하지 못해 대표성에 결함이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반면 G20은 전 세계 인구의 3분의 2가 속하고, 전 세계 생산의 90%, 교역의 80%를 차지한다.

특히 최근 금융위기로 치명상을 입은 미국·유럽 국가들을 대신해 아시아 경제 대국들의 역할론이 부각되고 있다. 제프리 삭스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는 “회담의 첫째 목표는 경기 침체가 전 세계로 확산되는 것을 막는 것”이라며 “한국·중국·일본 등 아시아 국가들이 경기부양을 통해 세계 교역과 수요를 진작하도록 독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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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미국 힘겨루기=백악관은 정상들이 ▶금융위기 해법 검토 ▶위기의 원인 진단과 재발방지책 마련 ▶국제 금융규제 개혁 등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른바 ‘신(新)브레턴우즈 체제’ 구축을 놓고 미국과 유럽의 힘겨루기도 예상된다.

일단 유럽이 초반 기세를 잡고 있다. 유럽은 은행 지분 매입과 은행 간 대출 보증이라는 ‘금융위기 해법’을 만들어 전 세계에 표준으로 퍼뜨렸다. 이 참에 미국 주도로 설립된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 등 국제금융기구를 개혁해야 한다는 게 유럽 지도자들의 생각이다. 이들 기구는 미국이 주도한 1944년 브레턴우즈 협정에 따라 탄생했다.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주 “자본주의의 기반을 무너뜨리지 않기 위해선 개혁이 필요하다”며 금융사에 대한 엄격한 통제와 임원들에 대한 보수 제한, 국제 환율 정책의 정비를 주장했다.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도 국경을 넘나드는 금융사를 감독할 전 세계적 감독장치를 만들 것을 강하게 주문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도 쉽게 기득권을 내주지는 않을 태세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주 정상회의 개최를 제안하며 “어떤 개혁이라도 자유시장체제와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성과는 미지수=첫 회담은 큰 원칙에 대한 합의를 목표로 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백악관 데이너 페리노 대변인은 “이번 회의에서 무엇이 나올지를 말하는 것은 너무 이르다”고 말했다. 주최국인 미국의 정치일정도 변수다. 11월 4일 차기 대통령이 선출될 예정이어서 정상회담을 여는 15일엔 부시 대통령의 힘이 빠진 상태다. 대통령 당선자가 회담에 참여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유일하게 합의할 수 있는 건 다음 회의 날짜를 잡는 것”이란 말도 나온다.

하지만 세계의 지도자들이 모여 단합을 과시하는 것만으로도 효과가 있을 것이란 기대도 있다.

조민근 기자

◆G20=미국·영국· 프랑스·독일·이탈리아·일본·캐나다 등 선진 7개국(G7)에 한국·러시아·중국·아르헨티나·호주·브라질·인도·인도네시아· 멕시코·사우디아라비아·남아프리카공화국·터키·유럽연합(EU) 의장국이 포함된다.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세계은행 총재, IMF 총재도 참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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