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비엔날레 탐방기 ② 광주, 혁명적 예술가 고든을 회고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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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엔날레 두 번째 전시무대는 ‘광주시립미술관’이다. 광주 시립 미술관은 광주의 공립미술관으로 비엔날레 첫 번째 무대와 함께 중외공원 내에 위치해 있다. 첫 번째 전시관과 두 번째 전시관은 가깝게 위치해 있지만, 다른 공간들도 그런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동선을 미리 염두에 두고 관람 일정을 조율할 필요가 있다.
광주시립미술관으로 향하는 길에는 아름다운 산책로가 있다. 소풍 나온 가족이나 연인들이 이곳 벤치에 앉아 도시락이나 다과를 즐기는 모습이 곧잘 눈에 띈다. 주변에 설치된 야외조각은 비엔날레 작품이 아니라 중외공원이 자랑하는 공원 조형물이다.

미술관 가는 길

광주시립미술관 1층에서는 2008년 비엔날레 대표작가로 손꼽히는 고든 마타 클락(Gordon Matta Clark, 미국)의 회고전이 열리고 있다. 그는 현존작가는 아니지만 여전히 자신의 존재가치를 만방에 떨치고 있는 현대 미술의 대가다. 여기서 잠깐 고든에 대해서 얘기하기로 하자.

고든마타클락

1943년 뉴욕 그리니치의 가난한 예술가 집안에서 태어난 고든은 프랑스로 건너가 소르본에서 자신의 예술세계의 기초를 마련했다. 그의 삶과 예술세계를 지배한 것은 프랑스 68혁명이었다. 이듬해 코넬대학교 미술관에서 열린 ‘대지미술전’에 참가한 그는 혁명적이고 파격적인 스타일을 선보였다.

미술관 루벤스 계단


그의 예술적 상상 속에서는 거리도 잘리고, 건물도 두 동강나곤 했는데, 공간과 시간 그리고 건축과 철학의 모든 전위적인 개념들은 자신의 작품 속에서 실현하려고 했던 탓이다. 이런 그의 스타일을 두고 ‘아나키텍쳐’라고 부른다. 대중의 감각을 획기적으로 장악하게 된 계기는 그 유명한 퐁피두센터 작업이었다. 애초에 당국에서는 허름한 아파트를 모두 헐어낼 생각이었지만, 고든은 자신의 쌍둥이 형제 바탄과 함께 곧 무너질 아파트에 구멍을 내서 안팎을 연결해버린다. 허물어질 것이 새로 태어나는 현장을 만들어낸 것이다. 그 밖의 활동으로 ‘가짜 부동산 프로젝트’가 두고두고 회자된다. 이는 개발과정에서 버려진 땅을 매입하여 그 땅을 비디오와 파노라마 형태로 종합 기록한 것인데 이를 ‘접근 불가능성’이라는 개념과 접목시켜 당시 미술세계를 크게 뒤흔들었다.
비엔날레에 고든의 작품을 직접 설치한 사람은 다름 아닌 고인의 미망인 제인 크로포드다. 그녀는 남편의 작품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선보이기 위해 먼 길을 마다 않고 광주광역시까지 발걸음 했다.

이어서 미술관의 위층에서는 루벤스 바로크 걸작전이 열리고 있으니 놓치는 일이 없도록 하자. 루벤스전은 비엔날레와 별도로 진행되는 전시프로그램이지만 좀처럼 접하기 힘든 유명화가의 명화들이므로 반드시 거쳐 갈 것을 추천한다. 루벤스는 북유럽 바로크 미술의 선구자로 고대의 이상적 아름다움을 추구하며 문화의 새 지평을 열었던 화가로 유명하다.

관람을 마치고 다시 공원으로 나오면 아이들과 즐길만한 야외 코스가 제법 있으니 참고하자. 아기자기한 산책로 뒤편으로 소나무 놀이터가 있고 그 앞에 세계벼룩시장도 볼만 하다. 문화예술분야로는 시립미술관 외에도 문화예술회관, 시립민속박물관, 국립박물관 등 다양하게 밀집돼 있다. 기념 조형물들 사이로 무지개다리, 수중분수대, 김만옥 시비 등 아이와 손잡고 둘러보기 좋다. 공원은 무료입장이며 각 문화기관은 따로 티켓을 끊어야 한다. 비엔날레 전시공간인 시립미술관은 비엔날레 티켓으로 출입할 수 있지만 루벤스 전시전은 포함되지 않는다.

중외공원-세계벼룩시장

<관람시간>
- 시립미술관 : 09:00-18:00까지, 마감 30분전 입장(월요일 휴관)
- 시립민속박물관 : 09:00-18:00까지(월요일 휴관)
- 국립광주박물관 : 09:00-18:00 마감1시간 전 입장, (월요일 휴관)
- 광주비엔날레관 : 비엔날레 기간 중에는 09:00-18:00까지, 그 외는 시립미술관 입장시간과 동일

워크홀릭 담당기자 설은영 enyuoung@joongang.co.kr

2008.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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