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 부패척결 연말까지 고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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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4일 청와대에 올라온 일반시장.군수.구청장등 기초자치 단체장2백29명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김영삼(金泳三)대통령이 베푼 오찬행사에 왔지만 청와대에서 불고 있는 부패 척결바람 탓인지 분위기는 가라앉았다.
일부 단체장이 사적(私的)행사에 예산을 낭비하고 비리와 연루돼 있다는 보도도 있어 더욱 무거웠다.청와대모임은 내무부의 국정현안설명회 중간에 끼워넣은 격려차원으로 준비한 것인데 부패추방을 다짐하는 행사로 바뀌었다.
金대통령은 『요즘 이야기하고 있는 부정부패에 관해 말하겠다』면서 정색했다.金대통령은 『부정부패를 잡지 않고는 이 나라가 바로 설수 없다』면서 성역(聖域)없는 부패근절을 역설했다.그리고 『자치단체장들도 여기에 동참해주기 바란다』고 부탁했다.
金대통령이 쓴 표현들은 현정권 초기때 나온 것으로 청와대는 『취임때 초심(初心)으로 돌아가 부패를 뿌리뽑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받아들였다.
기초 단체장들도 대부분 사정한파가 몰아치는 느낌을 받고 청와대를 떠났다.문종수(文鐘洙)민정수석은 구내 식당에서 점심을 들었으며 보고서 챙기기에 바빴다.
무언가 부패척결과 관련한 실적이 당장 나올 것같은 분위기인 것이다.그렇지만 이런 겉모습과 달리 관계자들은 이번의 경우는 현정권 초기의 몰아치기식 사정과는 다르다고 설명하고 있다.
고위 사정당국자는 『사정대신 부패척결이라고 불러달라.특별기간을 정해 집중적.한시적으로 처리하는 과거의 사정과 달리 조용히내실있게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이 당국자의 발언은 이번 사정의 핵심인 고위공직자.지도층의 비리가 검찰에 서 구체적으로포착되지 않아 시간이 필요하다는 뜻인지,공직사회 분위기가 경색될 것을 의식한 때문인지는 확실치 않다.그러나 청와대는 공직 일각의 기강해이로 심지어 金대통령이 의욕적으로 내놓은 경쟁력 10% 높이기 정책도 힘있게 추진되 지 않고 있다고 우려해왔다.여기에 金대통령의 지시도 있어 일정기간 부패척결을 앞세워 강도높게 공직사회를 조일 것으로 보인다.金대통령의 동남아 순방이20일 예정돼 있어 공직기강을 잡으려는 분위기는 연말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박보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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