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초소설'임꺽정' 영상으로 재탄생-SBS,총36부작 방송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1면

대도(大盜) 임꺽정.
그에대한 심상(心像)은 남북이 다를바 없는가.부리부리한 눈,시커면 구레나룻.드라마속 남북한의 임꺽정은 쌍둥이처럼 닮았다.
흥미진진한 소재이면서도 방대한 스케일 때문에 제작를 주저해왔던 벽초(碧初) 홍명희(洪命憙)의 『임꺽정』이 드라마『임꺽정(林巨正)』(극본 김원석.유동윤,연출 김한영)으로 재탄생,「드디어」 10일 밤 첫 전파를 탄다.
SBS는 모두 36부작인 이 드라마의 제1화 「광풍」과 제2화「봉단이」를 10일 오후8시50분부터 2시간동안 연속 방영한다.제3화「백정의 아들」부터는 매주 토.일 오후9시50분에 방송된다.*** 2년여동안 기획.제작 철원에 청석골을 재현 대하소설 『임꺽정』은 조선 명종조에 백정의 아들로 태어난 임꺽정과그의 의형제들이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해 세상에 맞서 싸운 이야기를 그린 리얼리즘 계열의 작품.
경기도 양주와 황해도 개성을 오가며 양반과 지주의 횡포와 수탈에 맞섰던 임꺽정 무리는 개성 구월산의 청석골에서 「큰 도적」노릇을 하다 결국 관군에 의해 최후를 맞는다는 게 줄거리다.
SBS는 강원도 철원에 청석골을,경기도 양주와 백석에 당시 서울의 거리등을 재현한 대형 오픈세트를 세우고 3백여명의 연기자를 총동원,2년간의 기획과 제작기간을 쏟아부어 대작을 완성했다. 지난달 26일 과천 서울랜드 삼천리대극장에서 TV드라마로는 이례적으로 열린 시청자 공개시사회에서 선뵌 『임꺽정』은 정통사극의 원형을 살리면서도 오락 활극의 감각을 가미했다는 평을받았다. 제작진은 특히 임꺽정등 일곱두령들이 각자의 장기인 검술.궁술.봉술.표창술.택견등을 통해 전통무술의 맥을 재현하려고애썼다. 한편 홍명희 원작의 『임꺽정』은 북한에서 이미 89년영화로 제작돼 더욱 관심을 끌게 한다.
김일성 훈장을 수여받은 조선예술영화 촬영소 왕재산 창작단이 제작한 영화 『림꺽정』(각색 김세륜.연출 장영복)은 89년 평양 청년학생 축제기간중에 상영되기도 했다.
***北선 89년에 영화화 농민 혁명가로 묘사 이례적으로 남북한에서 각각 영상으로 옮겨진 『임꺽정』은 그러나 분단으로 인한 이질감을 반영하듯 영상화에 있어 닮은 점 못지않게 낯선 부분도 많이 보인다.
SBS의 『임꺽정』은 임꺽정이 태어나기 20년전부터 시작돼 백두산 야생녀 운총을 아내로 맞는 장면과 평생의 연인 소흥과의연애놀음도 사실적으로 그린다.의적이 할거할 수밖에 없었던 시대상황도 그리지만 임꺽정이란 인물을 사실적으로 그 렸다.
본지가 단독입수해 분석한 북한예술영화 『림꺽정』은 계급투쟁의관점에서 임꺽정이란 인물을 실패한 농민혁명가로 묘사하고 있다.
극의 중간중간에 등장하는 분노에 찬 내레이션에는 양반과 지주계급에 대한 적대적 선동 일색이다.
***南.北 임꺽정 빼닮아 SBS작품이 더 훌륭 내용도 임꺽정이 왜구들과 싸워 공을 세운 장년기부터 관군에 포위돼 쓰러지기 직전까지를 「의형제」「결의」「청석골」「서울」「피의 교훈」등5편(총 5시간가량)으로 대폭 축약해 제작했다.
임꺽정역을 SBS는 180㎝.1백㎏의 무명 연극배우 정흥채(33)를 발굴해 기용했다.북한에선 정흥채보다 체구가 약간 작은40대중반의 인민배우 최창수를 내세웠다.
카메라워크와 영상미는 물론 복장과 분장솜씨도 SBS『임꺽정』이 앞섰으나 무대세트는 북한영화『림꺽정』이 리얼리티가 살아났고곳곳에 섞여있는 평양사투리가 이채로웠다.
장세정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