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기사가 무슨 罪 있나요" 비리관련에 승객들 눈총곤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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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버스운전사가 무슨 죄가 있나요.승객들의 눈총과 한마디씩 내뱉는 말에 가시가 돋쳐있어 영 일할 맛이 안나요.』 한서운수 69-1번 운전사 송기동(宋基東.61)씨는 지난달 31일 운전중 황당한 일을 당했다.
술에 취한 승객 3명이 버스에 오르면서 느닷없이 돈을 내지 않겠다고 우겨댔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이들은 『지금까지 버스요금 맘대로 올려 내돈 다들어먹은 주제에 요금이 다 뭐냐』며 오히려 화까지 내더라는 것이다. 버스업체 비리사건이 터진후 일선 버스운전사들이 곤욕을 치르고 있다.
서울버스조합 이사장이자 업계의 대부로 알려진 회사대표가 구속된 서울승합 운전사 대기실.
한 운전사가 『뒤통수가 따갑다.승객들이 「이 버스회사가 비리의 온상」이라며 「××놈들」이라고 웅성거릴 때는 당장 운전을 그만두고 싶다.요금이 올라도 기사는 아무런 혜택을 보지 못했다』고 하소연했다.그러자 모여있는 운전사 10여명도 한마디씩 거들어 순식간에 버스업계 성토장으로 바뀌었다.
버스 운전사들은 한결같이 자신들이 무슨 죄가 있느냐고 항변하지만 승객들은 운전사의 불친절과 난폭운전등도 이 기회에 뿌리뽑아야 한다고 목청을 높이고 있는 실정.
회사원 崔모(44.여)씨는 사건이 발생한후 버스운전사들이 눈에 띄게 친절해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운수사업조합측은 지금도 운전사가 크게 모자라 버스의 20%가 운행을 못하고 있다며 이번 사건으로 사기가 떨어진 운전사들이 무더기로 회사를 그만두면 큰일이라고 걱정하고 있었다.
김태진.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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