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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라민 부정식품 - 미량혼입식품 구분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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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아시아 소비자들이 우유가 들어간 식품의 안전성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각국 식품안전관리 당국은 식품의 멜라민 함유 기준을 설정하는 일에 고심하고 있다. 멜라민은 공업용으로 식기나 식품 포장재 제조에 널리 사용되고 있다. 그 때문에 많은 유통식품 중에는 사실상 미량의 멜라민이 비의도적으로 포함돼 있는 게 현실이다. 이런 식품들은 멜라민 함유량이 극히 적어 건강상 아무 문제가 없는데도 검출됐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유해식품으로 낙인찍힐 위험에 처해 있다. 따라서 의도적으로 멜라민을 첨가한 부정식품과 포장재나 가공공정을 통해 미량이 혼입된 비의도적 정상제품을 구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유럽식품안전국(EFSA)의 분석을 보면 이같이 비의도적으로 혼입된 멜라민을 미량 함유한 비스킷이나 과자는 많이 먹어도 해롭지 않다는 점을 알 수 있다. EFSA는 멜라민의 일일 허용섭취량(TDI)을 체중 1㎏당 0.5ppm으로 보고 있고, 이에 따라 체중 75㎏인 성인은 멜라민을 하루에 35㎎까지 먹어도 된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도 유사한 기준을 적용, 체중 1㎏당 TDI 0.63㎎까지를 안전 섭취량으로 보고 있다. 최근 미국 FDA는 유아식을 제외한 일반 식품의 경우 멜라민 함량이 2.5ppm 이하면 인체에 해롭지 않다는 기준을 마련했다. 이렇게 하면 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에서 일일 허용치가 초과되지 않을 것이라는 계산이다.

여기서 한 가지 유의해야 할 것이 있다. 성인과 유아의 기준을 달리해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멜라민에 오염된 유아식의 위험성은 성인의 경우보다 훨씬 크다. 유아식은 유아들이 먹는 식사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이들의 신장은 아직 충분히 발달하지 못해 멜라민의 피해를 크게 받기 때문이다.

또 하나 제안하고 싶은 것은 불필요한 대중의 동요를 막기 위한 현실적인 ‘공지 기준(reporting limits)’의 제정이다. 안전기준을 제정한 후 그 기준을 초과하지 않는 품목에 대해서는 당국이나 언론에서 과잉 대응하지 않을 필요가 있다.

오늘날 식량 생산 및 공급은 전 세계를 대상으로 이루어지므로 식품의 멜라민 허용치에 대한 세계적인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아시아 등 세계 각국에서 현재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는 멜라민 검사와 기준 강화 움직임에 유럽의 EFSA, 미국 FDA, 유엔 세계보건기구(WHO)·FDA에서 수행한 연구들이 좋은 참고자료가 될 것이다.

이철호 고려대학교 생명과학부 교수
피터 소사 헤스코 유엔식량농업기구 아태지역 식품 품질 안전 담당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