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추억] YMCA 사랑, 한글 사랑으로 한평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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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한국기독교청년회(YMCA)운동의 산 증인이자 재야 한글학자인 오리(吾里) 전택부(사진) 서울YMCA 명예총무가 21일 0시28분 숙환으로 별세했다. 93세.

고인은 함남 문천에서 태어나 함흥 영생중을 졸업하고 도쿄 일본신학교(현 일본신학대)를 중퇴한 뒤 YMCA를 기반으로 종교·사회운동을 펼쳤으며 ‘한글사랑’ 활동에 헌신했다.

1952년 어린이 월간지 ‘새벗’ 주간으로, 54년부터는 월간지 ‘사상계’ 주간으로 일하다가 64년 서울YMCA 총무를 맡으면서 당시 공백 상태나 다름없던 한국 YMCA를 재건해 대표적 시민운동단체로 키웠다. 75년부터 명예총무를 지내며 『한국기독교청년회운동사(1903-1945)』를 펴내 YMCA 역사를 처음 정리했다.

고인은 91년 한글날이 공휴일에서 제외되자 복원운동을 펼쳐 2006년 한글날이 국경일로 다시 제정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83년부터 7년간 KBS의 좌담 프로그램인 ‘사랑방 중계’에 출연해 구수한 입담으로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고인은 올 8월 31일 한글학회 창립 100돌을 맞아 공로상을 수상한 것을 비롯해 외솔상(80년), 제1회 인간상록수상(86년), 세종문화상(사회봉사 부문·2008년)을 받았다. 저서로는 『월남 이상재』 『한국교회발전사』 『한국 토박이 신앙산맥』 『양화진 선교사 열전』 등이 있다.

유족으로는 전국재(서울여대 교수)·관재(애버드로직스 사장)·연자·은자·민자씨 등 2남3녀, 사위 조용권(전 국제약품 부회장)·조이제··이종일씨(치과의사)와 며느리 우영숙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발인은 23일 오전 8시, 장지는 우성공원이다. 02-3010-2230.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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