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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월급 많이 받아가면서 또 손 벌리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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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국민 세금으로 혜택받는 은행들이 고임금 구조를 유지한 채 정부 지원을 받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 21일 이명박 대통령이 은행의 월급을 문제 삼으며 한 말이다. 받을 건 다 받으면서 어려우면 국민 세금에 기대느냐는 질타였다. 정부가 은행 외채에 대한 지급보증을 섰으니 은행들도 이에 상응하는 자구노력을 하라는 것이다.

이 문제는 20일 재경위 국정감사에서도 집중적으로 거론됐다. 정부가 은행에 대해 아무런 자구노력도 요구하지 않고 덜커덕 보증을 서줌으로써 도덕적 해이를 부추겼다는 지적이 많았다. 또 금융감독원도 “정부 보증 외화차입금 운용 실태를 철저히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다 대통령이 직접 은행들의 고임금을 거론하고, 전광우 금융위원장이 은행장 조찬 간담회(21일)를 갑자기 소집하자 은행들은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시중은행장들은 전 위원장과의 간담회에서 임원 연봉 삭감, 자산 매각 등 은행의 경영합리화 계획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하나금융지주는 지주사와 은행을 포함한 전 계열사 임원 보수를 이달부터 10% 깎기로 했다. 앞서 올 4월 연봉 5%를 반납한 국민은행의 본부장급 임원 60여 명은 추가로 연봉을 얼마나 더 토해내야 할지 고민 중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임원들이 위기극복에 솔선수범한다는 상징적 의미에서 당초 그 정도면 적당하다고 봤지만 이젠 추가 삭감 여부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신한은행도 일단 임원 보수를 동결하고 인센티브도 축소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4대 시중은행 가운데 연봉이 가장 낮은 우리은행은 난감한 입장이다. 이 은행 관계자는 “다른 은행에 비해 임금이 낮아 여기서 더 깎기는 어렵다”며 “그러나 공식적으로는 ‘검토 중’이라고 해 달라”고 말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금융업 종사자들의 평균 월급은 453만2000원(연 5438만원)으로 전 산업 평균(282만3000원)의 1.6배다. 특히 4대 시중은행의 평균 연봉은 모두 6000만원대가 넘는다.

정부는 올 6월 산업은행·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의 행장 연봉을 30~40% 깎았다. 산업은행장은 지난해 5억6000만원을 받았으나 올해는 3억2300만원으로 줄었다. 수출입은행장도 5억2300만원에서 3억2300만원으로 깎였다.

정부가 시중은행들의 월급에 간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3공화국 때도 정부는 은행원 월급을 억눌렀다. 정부 지원이나 보증을 받았던 것도 아니지만 관치금융 하에 있던 시중은행들은 정부 의도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이때부터 국내 은행의 임금은 외국계에 비해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그러다 임금이 확 높아진 것은 외환위기 이후 경영난에서 벗어나 막대한 이익을 내면서부터다. 당시 금감위(금융위의 전신)도 시중은행의 고액 연봉에 제동을 걸지 않았다. 금융산업의 국제 경쟁력을 강화하고 우수 인력을 유치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기도 했다.

그러다 이번에 다시 정부의 지원이 들어가면서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임금은 경영사정에 따라 기업이 알아서 정하는 것이다. 정부도 이를 인정한다. 하지만 정부 지원을 받게 된 만큼 뭔가 ‘피 흘리는 모습’을 보이라는 압박이 은행에 가해지고 있다. 여기에 외환 관련 파생상품 키코로 피해를 본 중소기업이 속출하면서 ‘은행 때리기’ 정서도 증폭됐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의 ‘S기꾼’ 발언도 한몫했다.

은행들은 억울해하기도 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세계적인 신용 경색 여파로 다른 나라도 정부가 지급보증을 하는 상황에서 국내 은행들을 도덕적 해이로 몰고 가는 건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에서도 금융권의 고임금은 논란거리다. 미 정부와 의회는 ‘2008 긴급경제안정법(EESA)’ 법안을 만들어 정부의 구제금융을 받는 금융회사 경영진의 연봉을 50만 달러로 제한하고 보너스·인센티브를 아예 금지했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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