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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 엄마는 ‘아라시’도 몰라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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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생전 처음 들어보는 일본 아이돌 그룹 ‘아라시’의 내한 공연(11월 1·2일, 서울 올림픽공원 펜싱경기장)이었다. 학원에 간 딸 대신 인터넷 예매사이트에서 ‘선착순’ 예매 신청을 하느라 지난달 15일과 24일 신경질적으로 키보드를 두들겨댔다. 확률을 높이기 위해 친척까지 동원했지만 결과는 ‘꽝’. 경쟁률이 10대 1이나 됐다 하니 그럴 만도 했다. 어떻게든 티켓을 구해달라는 딸의 성화에 그는 이 말을 내뱉었다. “대체 아라시가 뭐기에, 이 난리야!”

동방신기·빅뱅·샤이니 멤버들의 이름을 외우며, 자식과 ‘코드’를 맞추려 노력하는 부모라면, 리스트에 아라시도 추가해야 할 듯하다. 이번 ‘아라시 소동’에서 드러났듯, 국내에서 아라시의 인기가 폭발적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24일 밤 8시에 시작된 1차 티켓 예매는 30분 만에 1만5000장이 모두 팔렸다. 15만 명이 동시 접속했다. 1000여 석의 추가 판매도 5분 만에 매진됐다. 팬들의 성화에 1회 공연을 늘여 15일 밤 6600석분의 예매를 했지만, 이마저도 10여 분 만에 매진됐다. 4회 공연 2만6000석의 티켓이 순식간에 팔려나간 것이다. 꽁꽁 얼어붙은 공연시장에서, 홍보나 프로모션 없이도 엄청난 티켓 파워를 과시한 것이다. 2006년 첫 내한공연 때도 티켓 구하기는 전쟁이었다. 1만2000석이 1시간반 만에 매진됐다. 암표는 30만~40만원에 거래됐다.

일본 최고의 남성 아이돌 그룹 아라시. 국내 팬들이 20만 명 이상으로 ‘일류’를 상징한다.[쟈니스 제공]

아라시는 일본 최고의 아이돌 그룹이다. 스마프 등이 소속돼 있는 남성 그룹 전문 기획사 쟈니스에 몸담고 있다. 리더 오노 사토시(28)를 비롯해 마쓰모토 준(25), 니노미야 가즈나리(25), 아이바 마사키(26), 사쿠라이 쇼(26) 등 다섯 명의 멤버들은 영화·드라마에서도 맹활약하고 있다. 1999년 데뷔해 내놓는 노래마다 대부분 오리콘 차트 1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올해 다섯 번의 돔 콘서트를 성공적으로 치러냈다. 평균 4만 명의 관객을 수용하는 돔 콘서트 투어를 한다는 것은 일본 최고 중의 최고 가수라는 얘기다. 지난달부터 시작한 아시아 투어에서도 22만2000명의 관객을 모았다.

아라시 돌풍은 젊은 층 사이에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일류(日流)’를 상징한다는 분석이다. 그간 국내에서는 일본 영화·소설들이 인기를 끌고 일본 원작 리메이크 열풍으로 일류가 주목받았지만, 상업적으로 빅 히트작을 내지는 못했었다. 이 때문에 이번 아라시의 공연 성공은 일류의 위력이 가시화·본격화한 사례로 눈여겨볼 만하다.

MBC라디오의 남태정 PD는 “얼마 전 국내에서 열린 일본 애니메이션 성우들의 공연이 성황리에 개최될 정도로 젊은 층 사이에 일류가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다”고 말했다.

포니캐년 코리아의 조지현 과장은 “일본 아이돌 스타들은 주니어 시절을 거치며, 팬들과 함께 성장한다는 점에서 팬과의 일체감이 대단하다”며 “완성품의 형태로 시장에 나오는 국내 아이돌 스타들과의 차별성 때문에 일본 아이돌 스타들에게 관심을 갖는 국내 팬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아라시의 국내 팬은 20만 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아라시의 일본 공연을 보러 일본까지 가는 열렬한 팬도 상당히 많다. 팬층은 10대부터 30대 중반까지 다양하다. 아라시의 인기에 자극받은 듯 쟈니스도 본격적인 한국 시장 공략에 나섰다. 쟈니스의 국내 사무소가 조만간 문을 여는 것이다.

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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