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현장 이 문제] 대구수목원 '몸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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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하 등을 심어둔 대구수목원 약초원에 시민들이 돗자리를 깔고 놀고 있다. [대구수목원 제공]

대구시민들의 자연생태학습장인 대구수목원이 일부 시민들의 지각없는 행동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10일 대구수목원에 따르면 본격 나들이철을 맞은 요즘 주말.휴일에는 하루 3만여명 이상이, 평일에도 초등학교생들의 생태학습 등으로 1만5000여명씩 수목원을 찾고 있다.

그러나 일부 공중도덕을 지키지 않는 관람객들로 인해 나무와 풀, 꽃 등이 심각하게 훼손되는가 하면 먹다 남기고 간 음식물 등의 쓰레기 공해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주말에 가족 나들이를 나온 일부 시민들은 아직 꽃이 피지 않은 꽃밭 등에 돗자리를 펴는 탓에 초화류의 피해가 크다.

또 큰 나무 아래의 습지 등에 생육시키고 있는 음지식물들도 햇볕을 피해 나무그늘을 찾는 시민들로 인해 크게 훼손되고 있다.

이동춘 대구수목원 시설계장은 "수목원은 일반공원과는 달리 희귀 야생식물과 잊혀져 가는 우리 꽃 등을 보존해 가꾸는 곳인데도 시민들이 유원지 정도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쓰레기 공해도 심각하다.

대구수목원은 청정환경을 위해 아예 쓰레기통을 설치하지 않고 시민들이 쓰레기를 모두 되가져 가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시민들은 놀던 자리를 그대로 방치하거나 풀밭.숲속 등에 쓰레기를 숨겨놓고 가 수목관리를 어렵게 하고 있다.

이에 수목원은 매주 월요일마다 단체관람을 중지시키고 전체 직원이 나서 청소차 3~4대 분량의 쓰레기를 수거하고 있는 실정.

인적이 뜸한 산길 등에 심어져 있는 허브식물 등의 희귀 초화류를 몰래 캐서 갖고 나가는 일도 잦다.

또 꽃이나 나뭇가지를 꺾어놓고 과일을 따 가는 행위도 끊어지지 않고 있다.

이우순 대구수목원관리소장은 "수목원은 자연과 격리된 채 살아가는 도시민들이 자연생태를 접할 수 있는 귀중한 공간"이라며 "풀 한포기라도 아끼는 마음을 가져 주었으면 한다"고 바랬다.

대구수목원은 대구시 달서구 대곡동 7만4000여평의 쓰레기매립장에 침엽수원.활엽수원.습지식물원.방향식물원.약초원 등 21개의 분류식물원에 모두 1500여종의 식물을 심어 2002년 5월 개원됐다.

정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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