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국악산책>박범훈의 '신모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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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국악계에서 가장 왕성한 창작활동을 벌이고 있는 작곡가는 단연박범훈(朴範薰.47.중앙대 한국음악과 교수)씨다.
중앙국악관현악단에 이어 국립국악관현악단을 창단,초대 상임지휘자로 있는 그는 10여년동안 MBC마당놀이의 음악을 맡아왔으며관현악.합창.협주곡.무용.연극.창극.드라마 음악등 다양한 장르에 걸쳐 1백여편의 음악을 발표해 오고 있다.
특히 朴씨는 감성적 밀도가 높은 산조.판소리.민요.사물놀이등민속악 가락을 단순한 서양의 기능화성과 음악형식으로 엮어 젊은층을 비롯한 대중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데 재능을 발휘하고 있다.
또 대중매체의 지지기반을 토대로 우리 음악을 널리 알리는데 기여했다.
그러나 그의 창작곡들은 대중화라는 이름으로 상업주의를 부추겼으며 「창작」이 아닌 음악의 대량생산을 위한 「편곡」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고 있다.
87년 김덕수패 사물놀이와 중앙국악관현악단의 연주로 초연돼 이듬해 대한민국작곡상을 수상한 『사물놀이와 관현악을 위한 협주곡 「신모듬」』은 가장 널리 연주되고 있는 창작국악곡중 하나다. 사물놀이를 국악관현악에 처음 도입해 화제가 됐던 이 작품은「풍장」「기원」「놀이」의 3악장으로 구성돼 있다.1악장은 호남우도농악.웃다리 풍물가락,2악장은 전북지방 무악(巫樂)의 일종인 외장구장단과 구음(口音).사물놀이의 즉흥연주, 3악장은 호남좌도농악의 짝드름을 포함하면서 다양한 관현악 장단으로 전개되고 있다.
특히 2악장 마지막 부분의 즉흥연주로 클라이맥스를 유도한다.
사물놀이가 서양관현악에 도입된 것은 83년 강준일의 『마당』이 처음이지만 이 곡은 국악관현악 최초로 사물놀이를 도입했다는의의를 지닌다.
그러나 사물놀이가 나열식의 산만한 구성으로 전개돼 곡 전체의함축미가 결여돼 있으며 사물과 관현악이 부조화를 이루고 있다는점에서 실험의 단계를 극복하지 못했다는 한계가 있다.전체 작품중 관현악의 역할은 사물에 비해 너무 미미하다 .
김미림〈작곡가.서울대 국악과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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