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노트] ‘2000억 시장’뮤지컬이 홀대받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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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캣츠’ ‘오페라의 유령’ 등을 제작한 설도윤(설앤컴퍼니) 대표가 16일 서울시립대에서 ‘뮤지컬의 현재와 미래’라는 주제의 특강을 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정부는 아직도 뮤지컬을 문화 산업이 아닌 예술로 규정짓고 있다. 정책적 접근이 잘못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왜 이런 소리가 터져 나올까. 시계를 일주일 전으로 돌려 보자. 10일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방송영상산업진흥원 등에 대한 ‘콘텐트 테마 국감’이 열렸다. 본격 국감에 앞서 업계 대표들의 얘기를 듣는 시간도 마련됐다. 캐릭터플랜 양지혜 대표는 “공들여 애니메이션을 만들었더니 헐값에 달라고 한다. 이민가고 싶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애니메이션·대중음악·게임·방송 등 각 분야 관계자들도 나름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문광위 소속 의원들은 “현장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 매우 유익했다”고 화답했다. 그러나 한가지 낯선 풍경. 당연히 이런 자리에 있을 법한 ‘난타’의 송승환, ‘점프’의 김경훈, ‘명성황후’의 윤호진 등은 보이질 않았다.

왜 뮤지컬 관계자들은 초대받지 못했을까. 문화부 관계자는 “문화부 직제 편성에 따르면 뮤지컬은 ‘콘텐트’에 포함되지 않는다. 공연예술에 속한다”고 답했다. 콘텐트가 무엇인가. 순수 예술보단 산업적 측면이 강한 문화 분야를 포괄하는 용어다.

그런데 매년 20%이상의 성장세를 보이며 현재 2000억원대의 시장으로 커진 뮤지컬이 콘텐트가 아니라니….

그렇다고 문화부 공연예술과에서 뮤지컬을 대우하는 것도 아니다. 올해 문화부 공연예술활성화 지원 현황에 따르면 연극에 32억원, 클래식에 25억원이 지원된 것에 반해 뮤지컬 분야엔 고작 10억원이 쓰여졌다. 그것도 민간 분야 지원이 아닌, 뮤지컬 ‘이순신’과 같은 지자체에서 올리는 작품에 지원됐다. 문화부 공연예술과가 순수 예술 지원에 주력하다 보니 자연히 상업예술에 해당하는 뮤지컬은 홀대할 수 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한국 영화가 비약적으로 성장한 데엔 김대중 정권시절부터 시작된 정부의 전폭적 지원이 큰 역할을 했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다. 연매출 1조원에 이르는 태양의서커스 역시 캐나다 정부의 지원이 절대적이었다. 그런데 지원은커녕 양쪽에서 찬밥 신세에 끼어 있는 게 2008년 한국 뮤지컬의 현주소다.

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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