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性폭행사건 判事교체 항의 벨기에 사상최대 30만명 시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역사상 최대의 시위인파(30만여명)가 20일 사법부를 규탄하는등 아동 성학대를 둘러싼 대법원 판결에 벨기에가 온통 들끓고있다. 이날 시위는 대법원이 여자 어린이 4명을 유괴,성폭행한뒤 2명을 살해한 혐의로 체포된 희대의 색광(色狂)살인범 마크뒤트루 사건의 담당 재판관 장 마르크 콘로트 판사의 재판권을 박탈하면서 촉발됐다.
콘로트판사는 벨기에 국민들로부터 존경받는 법조인으로 이번 사건에 대해서도 강경한 입장을 취해왔다.
콘로트가 교체되는 것이 유리하다고 느낀 범인측 변호인은 그의비리를 쫓다 그가 지난달 피해자 가족들의 모임에 참석,스파게티를 얻어먹고 시가 3만원 상당의 만년필을 선물받았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이를 집중 공격했다.재판의 형평성을 잃 었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결국 대법원은 재판권을 다른 판사에게 넘기라는 이른바 「스파게티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시민들은 대법원의 이같은 결정은 콘로트판사가 아동매춘에 연루된 12명의 고위 공직자 명단을 폭로할 계획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 직후 내려졌다는데서 이를 정치권과 사법부의사건 은폐기도로 보고 이에 격렬히 항의하는 각종 시위와 연좌농성을 시작했다.
대학생들은 수업을 거부하고 폴크스바겐자동차 노동자들은 작업을중단하는등 벨기에 전역이 온통 대법원의 결정에 항의하는 함성의물결에 뒤덮였다.
18일엔 국왕 알레르 2세까지 나서 『사법부가 인간적 관용을결여했다』고 비판하며 도덕 재무장을 호소했다.
국민들의 항의에 밀린 장 뤼 드하네 총리는 20일 아동 성범죄 처벌 강화를 위한 개헌과 실종 어린이 수색센터를 신설하겠다고 약속했으나 국민들의 분노는 쉽게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있다.
파리=고대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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