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논조>주시해야할 '팽창주의 일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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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일본의 선거가 20일밤 막을 내렸다.자민당(自民黨)의석수는 지난번에 비해 늘었으며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郎)도 총리직에유임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그러나 자민당은 이번 선거에서지난 93년의 참패를 크게 만회하는데는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일본의 발전 방향은 뚜렷하지 않다.선거후 일본 정부는경기회복과 행정개혁에 주력할지 아니면 공격적인 외교를 구사해 정치대국에 오름으로써 국민들의 실망감을 달래갈지 결정해야 할 것이다.일본의 선택은 다음 세기 자신의 진로를 결정한다는 의미와 함께 동아시아 국가의 평화와 안정에 직결돼 있다는 점에서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선거에서 일본 국민들은 정치에 대해 극도의 무관심을 드러냈다.투표하지 않은 사람이 전체 유권자의 40%에 달해 전후최저를 기록했다.
몇십년동안 일본은 자민당의 독주를 막지 못했다.부패로 얼룩진자민당 정권은 93년 선거에서 참패를 면치 못했다.그러나 93년 선거 후에도 일본은 달라지지 않았다.
연립정권에 참여한 각 정당 자신이 내걸었던 개혁을 뒤로하고 자당의 이익에만 몰두하는 경향을 보였다.결국 국민들의 정치불신감만 증폭됐을 뿐이다.
문제는 일본 각 정당들의 정강(政綱)이 이제 서로 다를 게 없다는 점이다.전체적인 보수화 물결속에서 일본 국회선거는 이제보수파간의 싸움으로 변질됐다.일본 언론들은 이를 「보(保)-보(保)대결」로 일컫고 있다.
이번 선거도 일본 정계의 커다란 보수화 경향에 전혀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일본은 이번 선거로 자민당과 군소정당이 연립한 보수화 정권을출범시킬 것으로 전망된다.새 연립정권은 우선 경기 회복과 관료제 개혁등 내정문제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미.일 안보조약의 강화와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입을 비롯,현행헌법 개정등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국제외교상에서도 지금까지 보여왔던 팽창주의적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분석된다.
일본이 추진해왔던 「정치 강대국화」는 이제 일본의 대세를 이루고 있다.따라서 중국과의 외교적 마찰은 피할 수 없게 된 상황이다. 하시모토 총리는 일본 보수파의 본류(本流)에 해당하는인물이다.그는 강(强).온(穩)을 적절히 섞어 자신의 입장을 관철할 줄 아는 전략가이기도 하다.
책략가 하시모토는 중국이라는 거대한 경제시장을 달래기 위해 중국에 대해 무상 경제원조 재개및 특사 파견을 검토하고 있다.
중국은 이를 심각하게 검토해야 할 것이다.디아오위다오(釣魚島.
일본명 센카쿠열도) 사태로 불거진 일본의 야욕을 철저히 짚고 넘어가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정리=유광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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