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 1990년 이후 네 번째 ‘빙하기’… 닷컴 붕괴 때와 비슷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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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코스피지수가 사상 최대 하락폭을 기록하자 여의도 증권가의 전문가들조차 손사래를 쳤다. 통상적인 분석기법으로는 현재의 주가를 설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우리투자증권 박종현 리서치센터장은 “상장사의 자산을 다 팔면 현 주가로 상장사 주식을 다 사고도 20%가 남을 만큼 주가가 떨어졌다”며 “이는 극단적인 투자심리 위축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증시 전망도 안개 속이다. 일각에선 지금의 상황이 2000년을 전후한 정보기술(IT) 거품 붕괴 때와 비슷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가 거품이 꺼지면서 실물경기도 함께 위축됐다는 근거에서다. 하지만 이번엔 신흥시장이 아니라 선진시장이 먼저 망가졌기 때문에 과거보다 충격이 훨씬 강하고 오래갈 것이라는 비관론도 만만치 않다.


◆과거와 비교하면=1990년대 이후 국내 증시는 세 차례 침체기를 겪었다. 90년대 아시아 외환위기 때가 가장 어려웠다. 코스피지수는 75.4%나 떨어졌고 침체 기간도 3년6개월에 이르렀다. 두 번째는 2000년 IT 거품 붕괴 때다. ‘닷컴’ 신화가 무너진 데다 2001년 9·11 테러까지 겹쳐 2년 동안 암흑기를 거쳤다. 여기다 세계 경기도 내리막을 탔다.

가장 최근의 침체기는 김대중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조장한 카드 거품이 터지면서 주가가 급락한 2002년이다. 다만 카드 사태는 국내적인 요인이었을 뿐 세계 경기는 좋았기 때문에 주가는 금세 반등했다.

세 차례 위기 중 지금과 가장 유사한 사례는 IT 거품 붕괴 때라는 분석이 많다. 대우증권 김성주 투자분석 파트장은 “국내 금융사·기업의 부실이 외환위기 때만큼 많지 않기 때문에 외환위기와 비교하긴 어렵다”며 “주가 급락 후 실물경기 침체가 이어진 2000년 이후 2년간의 상황이 지금과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당시 지수는 1년 동안 50% 추락한 뒤 다음 1년 동안 지루한 게걸음을 했다. 다만 최저점이 외환위기 때 저점까지 내려가지는 않았다.


미래에셋증권 윤자경 자산운용리서치팀장은 “IT 거품 붕괴 때는 금융위기로 주가가 급락한 뒤 당국의 금리 인하 등으로 반등했다가 실물경기가 위축되면서 다시 떨어지는 양상을 보였다”고 말했다. 그는 “주가가 최고점을 찍은 지난해 10월 이후 지수가 40% 하락한 것을 감안하면 1차 하락의 바닥권에 근접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과거와 다른 점은=30년대 대공황 이후 세계 증시엔 수차례 위기가 찾아왔다. 그러나 세계 각국이 강력한 중앙은행을 설립한 후로는 선진국의 은행 시스템이 뿌리째 흔들린 적은 없었다. 80년대 미국 저축대부조합(S&L) 연쇄 부도나 90년대 헤지펀드 롱텀캐피털(LTCM) 부도, 2000년대 IT 거품 붕괴 때도 미국이나 유럽의 은행이 쓰러지진 않았다. 금융시장이 혼란을 겪긴 했어도 선진국 은행이 전주(錢主) 노릇을 했기 때문에 실물경기 침체를 수습할 수 있었다.

이와 달리 이번에는 선진국 은행이 먼저 부실해졌다. 2년 전 미국 금융위기를 예언한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미국 금융권의 부실이 “최고 3조 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이는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20%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를 메우자면 선진국 은행이 상당 기간 돈줄을 바짝 조일 수밖에 없다.

한화증권 전병서 센터장은 “이번 위기는 선진국 은행이 무너진 30년대 대공황에 비견할 수준”이라며 “그만큼 선진국 경기 회복에도 시간이 많이 걸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선진국 경기가 침체하면 한국을 비롯한 중국·인도 등 선진시장에 대한 수출로 먹고사는 국가의 증시가 살아나기를 기대하는 것도 당분간 어려울 수밖에 없다. 

정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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