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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 로봇 상용화 물꼬 튼 미국 ‘아이로봇’ 그라이너 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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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로봇은 전쟁터에서 수많은 군인의 생명을 살리고, 일상의 변화를 이끌 겁니다. ‘옛날에 로봇 없이 어떻게 생활했지’라고 말할 때가 곧 올 거라고 봐요.”

군사용 로봇과 로봇청소기로 세계 로봇의 강자로 떠오른 미국의 벤처기업 아이로봇(iRobot) 헬렌 그라이너(40) 회장은 로봇이 만드는 미래를 이렇게 그렸다. 그라이너 회장은 22살에 로봇 벤처기업을 차려 연 3억 달러(약 3600억원)의 매출과 500여 명의 직원을 거느린 기업으로 컸다. 그가 한 로봇학회의 초청으로 14일 내한했다. 그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만났다.

-아이로봇은 군사용 로봇과 로봇청소기를 개발해 새로운 로봇 시장을 개척했다. 그 비결을 말해달라.

“로봇을 어떻게 실생활에 응용할 것인지를 가장 먼저 생각하고, 가장 간단한 설계를 하는 데 연구력을 집중했다. 간단한 설계야 말로 생산단가를 낮추고, 기술을 집약해 사용할 수 있는 길이다. 대부분의 로봇 회사나 로봇 공학자들은 응용보다는 기술개발에만 너무 매달리는 것 같다.”


-인간을 닮은 휴머노이드 로봇은 실생활 응용 관점에서 얼마나 효용성이 있나.

“휴머노이드는 간단한 설계와는 거리가 멀다. 사람은 가장 복잡한 ‘기계’인데 그걸 흉내 내려 하면 설계가 간단해질 수 없다. 로봇을 실생활에 유용하게 쓰도록 한다는 관점에서 볼 때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에 매달리는 것은 올바른 접근 방법이 아니다.”

-휴머노이드를 개발하지 말라는 말이냐.

“아니다. 대학에서는 30~50년 앞을 내다보고 연구를 해야 한다. 그러나 실생활에 이용할 수 있는 휴머노이드가 그리 쉽게 나오기는 어려울 것 같다.”

-아이로봇에서 개발한 군사로봇 팩봇에 대한 미국 국방부의 평가는 어떻게 나왔나.

“국방부의 반응은 뜨겁다. 미국의 차세대 전쟁시스템에 팩봇을 포함시키고 개발비를 계속 대주는 것만으로도 알 수 있다. 주문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전쟁터에 갔다 온 한 장군은 팩봇이 폭발물을 먼저 찾아낸 덕에 수십명의 부하를 살릴 수 있었다는 말을 해줬다.”

-군사용 로봇의 미래 전망은 어떤가.

“군사용이나 가정용이나 그 시장은 이제 시작이다. 앞으로 무궁무진하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의 대이라크 전쟁과 아프카니스탄에 투입돼 혁혁한 전공을 세운 군사용 로봇 팩봇의 경우도 그렇게 많이 보급된 게 아니다. 겨우 초도 물량이 들어가 테스트를 통과했다고 봐야 한다. 현재 우리 회사에서는 화생방 로봇, 정찰 로봇, 저격수 탐지 로봇 등 다양한 로봇을 개발해 군에 투입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군사용 로봇을 개발하는 데는 아이디어가 중요하나, 기술이 중요하나. 팩봇의 경우 기존 기술을 모아 잘 활용하는 것만으로 개발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인다.

“둘 다 중요하다. 팩봇은 기존 기술이나 부품을 많이 쓰고 있기는 하지만 내장한 각종 기술의 상당 부분은 독자적으로 개발한 것이다. 팩봇이 계단을 올라가게 하려고 하는데 대부분의 로봇 개발자들은 휴머노이드 아니면 그런 기능을 하도록 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나 아이로봇은 캐터필러를 장착해 해결했다.”

-전투 로봇이 개발된다면 적과 아군을 구별 못해 엉뚱한 사고가 일어날지도 모를 것 같다.

“로봇이 자율적으로 총을 쏠 수 있도록 개발하는 것은 심사 숙고해야 한다. 어떤 경우에도 총을 쏘거나 적을 공격하는 것은 군인이 최종 결정해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

-한국도 군사용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아이로봇과 경쟁할지도 모른다.

“군사용 로봇의 임무는 아주 다양하다. 특수 목적용으로 개발한다면 경쟁력이 있을 것이다. 모방이 아닌 혁신적인 군사용 로봇이 나오길 기대한다. 그렇다면 아이로봇과도 협력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10여 종의 로봇청소기의 경우 혁신적인 제품을 못 봤다.”

-아이로봇은 로봇청소기로도 유명하다.

“전 세계에 약 250만 대를 팔았다. 앞으로도 그 수요는 무궁무진하다. 로봇청소기를 산업용에 응용하면 그 시장이 폭발적으로 커질 걸로 본다. 예를 들면 사무실이나 학교를 청소하는 로봇 등이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그라이너 회장=11살 때 스타워즈에 나오는 ‘R2-D2’로봇에 매료돼 로봇을 개발하기로 맘먹었다. MIT 학사, 석사과정에서도 로봇 개발에 매달렸다. 결국 MIT에서 함께 스노보드를 타던 친구 콜린 앵글 최고경영자(CEO)와 1990년 아이로봇을 창업했다. 그는 이제 원하는 로봇을 원 없이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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