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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 이슈] 하동 포구 벚꽃길 확장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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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 도로 확장으로 벚나무 훼손 논란을 빚고 있는 경남 하동군 화개면 19번 국도. [김상진 기자]

섬진강을 굽이굽이 따라 도는 아름다운 '하동 포구 100리 벚꽃길'확장을 두고 찬반논란이 뜨겁다. 환경단체들은 수십년 된 벚나무들이 잘려나가고 섬진강이 매립된다며 반대운동을 벌이지만 이장단과 일부 주민들은 지역발전에 도움이 된다며 찬성하고 있다.

문제의 도로는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은 1921억원을 들여 확장을 추진 중인 국도 19호선(남해~원주)중 하동읍~화개간 19.7㎞구간.

국토관리청은 이 구간을 2개 공구로 나눠 하동읍 광평리~악양면 미점리간 9.7㎞는 올해 안에 착공할 예정이다.악양면~화개면 탑리간 10㎞는 환경영향평가 작업이 진행 중이다.

반대='섬진강과 지리산 사람들''지리산 생명 평화결사'등 환경단체들은 조직적인 반대 운동에 나섰다.

섬진강과 지리산 사람들은 "관광객들이 하동을 찾는 이유가 섬진강을 끼고 도는 도로와 벚나무 때문인데 그 길을 훼손한 뒤 관광객들을 모으겠다는 태도는 자가당착"이라고 지적했다.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이 환경부 영산강 유역 환경청에 제출한 1공구 환경영향평가서에는 섬진강변 2곳(750m)이 매립되고, 산자락이 잘려나간 절개지가 1.3㎞에 이른다. 높이가 20~30m에 이르는 대형 절개지도 200m나 만들어진다.

환경단체들은 1공구 중 주거지역 7곳에 높이 2~5m로 설치되는 방음벽도 섬진강의 경관을 막는 주범으로 지목하고 있다.

영산강 유역 환경청도 배 재배단지 앞 섬진강변이 천연기념물인 수달과 조류,소형 포유류 등의 서식지로 판단된다며 생태계 보전대책 보완을 요구하고 있다.

생명탁발순례 중인 도법.수경스님도 이 일대를 답사한 뒤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는 길로 남겼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하동읍 화심리 국도변 200여 배 재배농가들도 국도확장반대 주민대책위를 구성해 공사 반대를 주장하고 있다. 배 재배농가들은 "4차로로 확장되면 도로변에서 배를 팔 수 없다"며 "직접 판매를 못하면 배가 공판장으로 쏟아져 가격이 폭락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찬성=하동군내 13개 읍.면 이장 319명을 구성된 하동군 이장단 협의회는 26일 확장 공사를 찬성하는 탄원서를 부산지방국토관리청에 보냈다.

이장단 협의회 곽동진 총무(53)는 "19호선 대부분의 구간이 4차로 확장됐고 하동지역만 2차로여서 병목현상이 심하다"라며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된 하동의 지역발전을 위해 필요한 사업"이라고 주장했다.이장단은 서명운동까지 벌일 태세다.

대책=하동군과 건설교통부는 벚나무 훼손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김환영 부군수 등 공무원들은 최근 건설교통부를 방문,국도 19호 확장에 따른 관계자 협의회를 갖고 친환경적 도로 건설에 합의했다.

이날 모임에서 벚꽃길이 좋은 평사리~탑리 구간 등은 설계속도를 60~70㎞로 줄여서라도 현상태대로 보존키로 했다.

나머지 구간도 벚나무를 중앙분리대로 활용하고 하동문화복지회관 앞 등은 섬진강 둑을 활용하는 방안을 설계에 반영키로 했다. 훼손이 불가피한 구간도 모두 옮겨 심기로 했다.

섬진강과 지리산 사람들 최석봉 공동대표는 "4차로로 확장된 진주~산청,구례~남원간 국도 주변 마을을 직접 찾아 확인한 결과 지역발전은 커녕 장사를 못해 생계에 지장을 받는 곳이 많았다"라며 "지역발전을 명분으로 주민을 현혹시키지 말고 공사를 포기하라"고 강조했다.

김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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