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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화이널 디시전" 인간다운 진실 담긴 액션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2면

할리우드가 쌓아놓은 액션물의 전통은 견고하다.『스피드』같은 폭탄과의 시간싸움부터 아무리 죽여도 죽지 않는『터미네이터』까지한해 수백편씩 쏟아지는 액션물들은 움직일 수 없는 장르의 장벽을 세워놓았다.제아무리 새로운 소재나 기발한 아 이디어를 동원한 신작도 그 장벽 앞에선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다만 폭력의강도만 더 높아진 장면들의 집합으로 전락하기 십상이다.
그래서 액션영화의 묘미는 캐릭터에 얼마나 인간의 진실이 녹아있는지,스토리의 극적 밀도가 충실한지 하는 전통적 척도에 집중된다.이런 점에서 최근 출시된 『화이널 디시전』은 치밀한 스토리 구성과 현실감있는 복합적 캐릭터로 볼거리와 주 먹질에만 의지한 흔한 액션물과는 질적으로 구별된다.
치명적 독가스를 실은 점보기가 워싱턴으로 날아드는 절박한 상황에서 이를 지켜줄 근육질 히어로를 죽이고 허약한 정보전문가에게 전권을 맡기는 설정부터 관객의 눈길을 끌만하다.주인공 커트러셀은 뛰어난 두뇌를 가진 미국방부 소속 정보분 석가지만 총은한번도 잡아보지 못한 서생이다.그러나 아랍 테러리스트들이 대서양 상공에서 여객기를 납치한뒤 미국 동부를 싹쓸이할만큼 가공할독가스폭탄을 장치하고 미국으로 날아오자 러셀은 이를 저지할 특수부대에「징용」된다.
여객기에 스텔스기로 도킹한뒤 침투하는 작전과정에서 시걸이 전사해버리자 자문역인 러셀에게 더욱 엄청난 임무가 맡겨진다.서열에 따라 부대원들을 지휘해 테러리스트들을 물리치고 폭탄뇌관을 제거해야 하는 것이다.시걸이라면 힘으로 풀었을 위 기상황을 러셀은 막막한 두려움속에서 지식과 재치만으로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관객은 그런 러셀에게 다른 히어로에게서는 느끼지 못하던 동질감을 발견하고 빠져들게 마련.특히 경비행기 조종기술을 서투르게 익혔을 뿐인 러셀이 보잉기의 조종간을 잡고 쩔쩔매는 장면은 관객에게 자기손에 조종간이 쥐어진듯한 일체감과 긴장을 안겨준다.
이런 캐릭터의 매력과 함께 반전을 거듭하는 치밀한 편집이 액션영화광들에게조차 예측불허의 긴장을 자아낸다.한마디로 장르의 경험을 따르면서도 그 경험의 틈새를 재치있게 파고들어 새로운 흥미와 공감을 개척해냈다는데 액션물『파이널 디시전 』의 매력이있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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