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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전설의 '블루스 3인방'을 만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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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금을 울리는 노래란 이런 것일까. 그런 노래를 눈으로 보여주는 영화란 이런 것일까. 4년 전 '브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으로 쿠바의 노익장 음악인들의 열정을 우리 관객에게 소개했던 독일 출신 감독 빔 벤더스가 또 한 편의 가슴 뭉클한 음악영화를 선보인다. 14일 개봉하는 '더 블루스:소울 오브 맨'(사진)은 미국의 초기 블루스 가수들의 삶과 그 진솔한 노래의 매력이 소재다.

음악팬이 아니더라도 이 영화는 그 자체로 흥미롭다. 온전히 다큐멘터리였던 '브에나…'와 달리 무성영화를 흉내낸 극영화와 다큐멘터리, 시대상을 보여주는 자료화면을 종횡무진 오가면서도 이음새가 정교하다. 벤더스의 음악에 대한 사랑뿐 아니라 음악을 영화로 요리하는 솜씨 역시 대단하다는 것을 확인시키는 작품이다.

사실 등장인물의 면면을 살펴보면, 다큐만으로는 불가능한 작업이었음을 금방 깨닫게 된다. 주인공격인 세명 가운데 길거리 연주로 생계를 잇던 장님가수 '블라인드 윌리 존슨'은 1927년 취입한 희귀음반으로만 그 존재가 전해진다. 같은 무렵 활동한 '스킵 제임스'역시 마찬가지였다.

음반 취입을 대가로 그가 손에 쥔 것은 인세가 아니라 몇 푼의 달러였고, 대공황에 이은 불황으로 음반사마저 파산하고 말았다. 마약밀매꾼 출신인 제임스는 이후 아버지를 따라 목회자의 길을 걷기로 해 음악계에서 사라지고 만다. 후일 병든 몸으로 병원을 전전하던 그를 찾아낸 음악 관계자들이 60년대의 포크 페스티벌 무대에 다시 세우기 전까지는 말이다.

영화는 존슨과 제임스의 젊은 시절을 대역배우와 배우 로렌스 피셔번의 내레이션으로 표현한다. 감독은 이런 장면을 당시에 쓰였던 초당 16프레임짜리 흑백 수동식 카메라로 찍었고, 음악 이외의 대사는 마치 무성영화처럼 자막화면으로 삽입했다. 덕분에 이 영화의 전반부는 극영화이면서도 당시의 실제 화면 같은 재미를 준다. 세 주인공 가운데 젊은 시절의 연주 장면이 남아 있는 것은 이후 세대인'JB 르누아르'뿐이다. 50년대 콘서트에서 그의 음악에 매료된 스웨덴 출신 부부가 유럽방송사에 소개하기 위해 자신들의 집에서 아마추어로 촬영한 화면 덕분이다.

르누아르는 카메라 앞에서 '낮에 일하고 밤에 노래한다'고 말한다. 그를 포함해 세 블루스 가수의 삶은 요즘 대중음악 스타들이 누리는 부와는 전혀 거리가 멀었다. 현세에서의 가난과 고통, 거기서 벗어나고픈 꿈을 노래한 자신들의 노랫말 그대로였다. 어떤 보상도 없이 달랑 기타 반주 하나를 곁들여 혼을 담은 그네들의 노래는 수십년이 지나도록 전설처럼 기억되고, 심지어 우주탐사선 보이저호에 실려 외계 생명체에게도 보내진다. 벡.루 리드.카산드라 윌슨 같은 요즘의 실력파 음악인들이 그네들의 노래를 새롭게 해석해 부르는 라이브 장면이 곳곳에 삽입돼 음악팬이라면 더욱 흥미로울 영화다.

이후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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