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오사카부 38세 튀는 지사 “학교별 성적 공개해 교육 개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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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일본에서 정부 방침을 무시하고 초·중 전국 학력평가 학교별 성적을 공개하는 기초자치단체가 늘고 있다. 학교 간 선의의 경쟁을 유도해 학력을 높이자는 취지다. 일본에선 지난해부터 초·중 전국 학력평가가 실시됐다. 일 정부는 지역·학교의 서열화를 불러올 것이란 이유로 47개 광역자치단체별 성적만 공개하도록 했다. 그러나 지역에선 오히려 “실상을 알아야 아이들을 제대로 교육할 수 있다”며 학교별 성적을 공개하려는 것이다.

광역자치단체에선 오사카부(大阪府)가 앞장서고 있다. 하시모토 도루(橋下徹·38) 오사카부 지사는 지난달 교육비상사태를 선언하고는 “다섯 명의 아이를 둔 학부모로서 오사카의 교육시스템을 뜯어고치겠다”고 강조했다. 오사카부는 올 4월 전국 초등학교 6학년과 중학교 3학년생들을 대상으로 실시된 전국 학력평가에서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오키나와(沖繩)·홋카이도(北海道)·고치(高知)와 함께 최하위권을 기록했다. 그러자 하시모토 지사는 “지역과 가정에 실정을 알리고 수준별 교육, 문제 교직원 면직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해 학생 성적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학교별 성적 공개 여부에 따라 지자체 예산 배분에 차등을 두겠다”고 압박했다. 그러자 가시와라(柏原)시·오사카시를 시작으로 오사카부 내 43개 지차체 가운데 24곳이 성적을 공개하기로 했다고 교도(共同)통신이 14일 보도했다. 오사카부도 부 정보공개 조례에 따라 지자체별 성적을 일괄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 밖에 돗토리(鳥取)현 난부초(南部町) 교육위원회는 이달 초 관내 4개 초·중의 전국 학력평가 평균성적을 공개했다.

일본 내 여론도 찬성하는 분위기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이 지난달 실시한 인터넷 설문조사 결과 80%가 “성적을 공개해야 한다”고 답했다. 아이치(愛知)현과 교토(京都)부 등에선 일부 학부모들이 지자체에 학교별 성적을 공개하라는 정보공개요청서를 제출한 상태다. 오사카부 히라카타(枚方)시에선 시 정부가 성적 공개를 거부하자 학부모가 오사카 지법에 시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도쿄=박소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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