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의학상 계기로 본 자가면역질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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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전쟁터에 나선 군인을 가장 허탈하고 비참하게 만드는 비극은 아군끼리의 총격전이다.「면역체계가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를 어떻게 인식하는가」를 밝혀 올해 노벨의학상을 받은 피터 C 도어티와 롤프 M 친커나겔의 연구는 마치 군인이 적군 을 구별해내는 법을 밝혀내는 것과 비슷하다.같은 논리로 우리 몸의 세포가피아(彼我)를 구별하지 못하고 같은 편을 공격하면 자가면역질환(自家免疫疾患)이 발생한다.자가면역질환은 어떻게 해서 발생하며어떤 질병들이 있는지 알아본다.
[ 편집자註] 인간이 수많은 외부 환경과 접하면서 생존해 갈수 있는 이유는 우리 몸이 면역체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면역체계란 신체가 세균,바이러스,각종 이물질등 외부에서 침입해 온인자들 뿐만 아니라 암,신체의 변형물질처럼 자기 몸에서 생긴 이물질로부터도 자신을 지키는 생체메커니즘.
면역체계를 구성하는 주된 세포는 림프구로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이 T세포와 B세포다.T세포는 면역반응을 강화(Th세포)시키거나 필요에 따라선 억제(Ts세포)시키기도 하며 이물질을죽여버리는(Tc세포) 기능을 갖고 있고,B세포는 외부물질(항원)에 대응하는 항체를 생산한다.
자가면역질환이란 외부물질이 아닌 자기 몸의 정상적인 조직에 대해 「자가항체」를 만들거나 「자기 몸의 물질에 대해 면역반응을 일으키는 자가반응T세포」를 생산해냄으로써 결국 자기 자신의정상적인 세포를 파괴해 나타나는 질병이다.
정확한 원인은 밝혀진 바 없으나 유전적인 요인이 관계할 것으로 생각된다.최근 동물실험에 의하면 몸안에서 잘못 만들어진 자가반응 T세포는 흉선에서 제거되는 것이 정상인데,제거대상을 인식하는 물질인 fas/APO-1이 T세포 표면에 없기 때문에 자가면역질환이 발생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자가면역성 갑상선 질환처럼 특정장기에 자가면역질환을 일으키는경우도 있고 전신성 홍반성낭창과 같이 전신에 자가면역질환을 일으키기도 한다.
◇홍반성낭창〓가장 대표적인 자가면역질환으로 양쪽 뺨에 나비모양의 붉은색 발진이 특징인데 여성발생률이 남성보다 9배이상 높다.자가항체가 피부뿐만 아니라 전신을 침범해 피로감.발열.식욕부진.관절염.빈혈.늑막염등 다양한 증상을 일으킨다 .콩팥이 손상돼 신부전증을 일으킬 경우 생명을 위협할 수 있으므로 자가항체의 공격으로부터 콩팥을 보호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치료의 관건이다.치료는 류머티스내과에서 담당한다.
◇갑상선질환〓잘못 만들어진 자가항체로 인해 갑상선이 손상돼 갑상선호르몬이 정상보다 지나치게 많거나 또는 적게 분비되면 갑상선종(甲狀腺腫)으로 나타난다.일단 목의 양 옆이 눈에 띄게 튀어나온 여성이라면 바로 갑상선 호르몬검사를 받도 록 한다.
가슴이 두근거리고,많이 먹어도 살이 찌지 않고,더위를 못참는갑상선기능 항진이나 심장박동이 느려지고 말도 느리며 추위를 못참는 갑상선기능 저하의 증상이 나타나면 내분비내과를 찾아 치료를 받아야 한다.
◇류머티스관절염〓무릎이나 허리등 하중이 많이 걸리는 관절이 주로 아픈 퇴행성관절염과 달리 자고 일어난 뒤 손가락 관절부터뻣뻣하게 아프기 시작하는 것이 류머티스관절염이다.
퇴행성관절염이 관절에 국한되는 질환인데 비해 류머티스관절염은자가항체에서 비롯되는 전신질환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힘든 일을 하지않는 젊은 여성에게도 나타나며 관절염 치료외에 면역억제제를 사용한 전신치료가 따로 필요하다.진단과 치료는 류머티스내과에서 담당한다.
황세희.홍혜걸 전문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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