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라공부] 대학 진학률 85% … 대안학교, 한국형 명문 꿈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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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형 대안학교 1호인 이우학교 학생들이 9일 오전 쉬는 시간에 배드민턴을 하고 있다. [성남=김현동 기자]

졸업생 85% 대학 진학 2008년 현재 정부 인가를 받은 대안학교는 29곳, 비인가 학교까지 포함하면 전국에 100곳이 넘는다. 대안학교가 9월 말 용정중·양업고를 시작으로 12월 초까지 2009학년도 신입생 모집에 들어갔다. 교과 내용뿐 아니라 대학 진학에서 성과를 내면서 대안학교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

2009학년도 대학입시에서 성신여대·인하대 등이 대안학교 특별전형을 실시한다. 대안학교 학생들의 창의성과 잠재력을 대학이 인정한다는 의미다. 인하대 박제남 입학처장은 “제도권 밖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 인가·비인가 대안학교 전형을 도입했다”며 “입학사정관들이 학생부와 검정고시 성적으로 신입생을 뽑는다”고 말했다.

지난해 교육과학기술부가 발간한 『대안교육백서』에 따르면 2007년 2월 전국 대안학교 졸업생은 모두 782명(비인가 포함 1153명). 이 중 85%가 대학에 진학했다(취업 3%, 재수 등 기타 12%). 하지만 국어·수학·사회 같은 국민공통 교과 과목 외 수능과 직접 관계 없는 지역활동이나 옷 만들기 등 특성화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대안학교들도 적지 않다. 대학 진학 문제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이우학교 이수광 교감은 “학교에 처음 입학할 때 사교육을 하지 않기로 부모님들과 약속하지만 진학에 대한 불안감이 없을 수 없다”며 “이를 위해 학습동아리 ‘어깨동무 학습’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친구들끼리 모여 입시 공부를 하고 교사가 도움을 주는 방식이다.

1기 김정현(교육학과)·2기 이제호(산림학부)씨는 대안학교 출신 첫 서울대 합격생이다. 김씨는 “이우학교의 서술 형식 시험과 토론 위주의 철학 수업이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인성교육부터 진로 탐색까지 『대안교육백서』에 따르면 대안학교 재학생 중 11%만이 학교 부적응으로 입학했다. 77%는 대안학교를 스스로 선택했다(장애 및 질병 3%, 탈북 2%, 가사 2%, 기타 5%). 대안교육잡지 『민들레』 현병호 발행인은 “초기에는 흔히 말하는 중도탈락 학생 비율이 높았지만 해가 갈수록 스스로 대안학교를 선택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대안학교가 적성과 특기를 개발할 수 있는 곳이란 인식이 커져 가고 있다는 의미다.

대안학교 초기는 생태체험이나 인성교육 위주였다면 10년째인 지금은 진로를 적극 탐색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학교들이 적지 않다. 서울실용음악학교(서울 중구)는 국내 최초의 실용음악 전문 대안학교다. 버클리 음대 등 세계적 음악대학의 교육과정을 도입했다. 장영창 교감은 “인성교육 중심의 기존 대안학교와 달리 학생들의 음악적 자질을 키우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하자작업장학교(서울 영등포)는 작업장에서 전공 관련 작업을 하며 인턴십 프로젝트를 체험할 수 있다. 제천 간디학교·산돌학교·성미산학교 등에서 실시하는 ‘틴즈 이코노미’ 프로젝트는 학생들이 직접 창업하고, 협동작업을 통한 소통과 대안 경제활동을 한다. 예컨대 산돌학교 틴즈 이코노미‘뻥쟁이’팀은 유기농 곡물로 뻥튀기를 만들어 파는 일을 했다. 이우학교는 진로탐색·인턴십 연구 등을 반드시 이수해야 한다.

국제화 바람 … 변질 우려도 2000년대부터 미국의 학교 커리큘럼을 가져와 운영하는 대안학교가 등장했다. 현재 전국에 10여 개교가 있다. 조기 영어교육 열풍이 불면서 영어 몰입교육을 하는 대안학교까지 생겼다. 아예 외국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는 곳도 있다. 미국 대학 진학을 목표로 미국 교과 과정은 물론 교과서까지 그대로 들여오기도 한다.

경북 포항시 한동국제학교는 교과목에 영문학이나 토플·토익이 포함된다. 충북 음성군 글로벌비전크리스천스쿨은 1년간 미국·캐나다·호주 등지의 자매학교에서 수업을 받도록 한다. 국제등대학교도 대학 진학을 위해 iBT 토플·SAT·에세이 과목을 배운다. 그러나 연 1000~2000만원의 고액 수업료와 대안학교의 본래 취지에서 벗어난 교육 운영으로 ‘귀족학교’가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박정현 기자, 성남=김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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